은행과 빅테크의 '착각'
마이데이터시대 이끌 새 기술기업 나와야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15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대형은행과 빅테크, 핀테크 등 총 35개 기업이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를 받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이 내년 초 사업 허가를 받으면 현재 금융권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금융회사와 일반기업, 관공서 등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모아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도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금융상품을 찾기 위해 지금처럼 발품팔 필요가 없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구축한 하나의 플랫폼(가령 애플리케이션)에서 대부분의 니즈(needs)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금융 플랫폼 시대의 출현이다. 


새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대형 은행과 빅테크, 주요 핀테크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형 은행과 빅테크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들의 으르렁대는 모습엔 마치 마이데이터 시대가 대형 은행과 빅테크 등 일부 기업들만의 경쟁으로 흘러갈 것이란 공통된 시나리오가 깔려 있는 듯하다.


최근 디지털 금융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도 대형 은행과 빅테크 간에 설전이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구글이 JP모간은행도 갖는 게 적절한지 독점 시각에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IT기업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들은 이제 상품만 만드는 역할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기존 것을 지키겠다는 은행권의 터줏대감식 우려와 빅테크의 자신만만한 예상처럼 마이데이터 시대가 전개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와 플랫폼 분야에서 거둔 획기적 성과가 마이데이터 시대에도 유효할 것이란 판단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건 새 기술이다.


<출처=핀크>


전세계 전자결제 시장 압도적 1위 업체 페이팔(PayPal) 창업자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투원』에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모험, 즉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이었다"며 "큰 조직에선 새로운 걸 개발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금융과 IT 기술 발전에 대형 은행과 빅테크, 핀테크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겐 낮은 이자의 신용대출과 예·적금 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투자 수익률은 남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금융회사 직원이나 온라인으로 접하는 복잡한 구조의 금융상품을 이해하는 것도 여간 골치아픈 게 아니다.


대형 은행과 빅테크 그리고 이미 수백명의 조직으로 몸집을 불린 핀테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변신한다고 해 금융의 발명과 함께 등장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렵다. 오히려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기술로 중무장한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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