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섭 회장·미래나눔재단, 녹십자 지분 매각 배경은
향후 지주사 GC 지분 늘려 지배력 강화 위한 포석?


[팍스넷뉴스 김새미 기자] 허일섭 GC녹십자(녹십자) 회장과 미래나눔재단이 나란히 녹십자 지분을 매각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래나눔재단은 허은철 녹십자 대표의 동생이자 허 회장의 조카인 허용준 녹십자 부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익재단이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허일섭 회장과 미래나눔재단이 나란히 녹십자 지분을 매각했다. 박용태 GC(녹십자홀딩스) 부회장도 3회에 걸쳐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


녹십자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 및 공익재단→GC→녹십자로 구성돼 있다. 지주사인 GC는 녹십자의 지분 50.06%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허 회장 일가와 허은철·허용준 형제로 양분된다.


GC(녹십자홀딩스) 및 GC녹십자 지배구조


지난 2009년 11월 창업자인 고(故) 허영섭 회장이 타계하자 같은해 12월 그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허 회장의 조카이자 고 허영섭 회장의 아들인 허은철·허용준 형제는 각각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과 GC 공동대표로서 작은 아버지인 허 회장과 함께 녹십자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20일 기준으로 허 회장 일가의 GC 지분율은 13.84%이다. 허 사장(2.55%)과 허 부사장(2.85%)의 지분율은 5.4%로 적지만, 우호 지분인 3개 공익법인의 지분율까지 합치면 15.92%로 늘어난다. 선친인 고 허영섭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설립한 3개 공익법인의 지분율은 목암연구소(9.61%)와 목암과학재단(2.06%), 미래나눔재단(4.30%) 등이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지난 4일 녹십자 주식 3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119억원어치 지분을 매각하면서 허 회장의 녹십자 지분율은 0.82%에서 0.56%로 하락했다. 허 회장의 측근인 박 부회장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 6일 등 3회에 걸쳐 1만7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박 부회장이 매각한 지분은 총 330억원 규모이다.


허 회장과 박 부회장의 녹십자 지분 매각 시기는 녹십자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5일 전후로 겹친다. 최근 녹십자는 3분기 호실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진행에 힘입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허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GC의 지분 확대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허 회장은 매년 지주사인 GC의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 2009년 8.96%였던 허 회장의 GC 지분율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1.94%까지 상승했다.


허용준 부사장이 이들의 녹십자 지분 매각 시기에 맞춰 미래나눔재단의 녹십자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허용준 부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미래나눔재단은 지난 3~4일 녹십자 지분 4만8171주를 장내 매도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미래나눔재단의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175억원으로, 허 회장이 확보한 현금(119억원)보다 56억원 많다. 


허 회장의 측근인 박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부회장의 GC 지분을 현재 허 회장 일가의 GC 지분과 합하면 지분율이 18.62%까지 늘어난다. 이는 허 형제의 GC 지분율(15.92%)보다 높은 수치로, GC 지분율이 허 회장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이 녹십자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GC 지분 매입에 가세할 경우 허 형제가 녹십자 지분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 대표의 녹십자 지분은 2만7000주(0.23%), 허 부사장은 8000주(0.07%)에 불과하지만 허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목암과학장학재단은 5만910주(0.44%)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박 부회장은 현재 녹십자 지분 1만455주(0.09%)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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