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대한항공-아시아나 M&A 논의, 석태수도 몰랐다
조원태, 경영권 보장 조건 직접 협의…3자 주주연합 공세 방어 위한 우군 확보 포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보장 등을 위해 정부, 산은 측과 교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주요 수뇌부도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진영은 한동안 한진칼 지분과 우군 확보에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상황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은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을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 현재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와 관련해,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댄 뒤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약 30.8%를 사들이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 거대항공그룹이 탄생한다. 양사의 지난해 기준 항공여객점유율은 54%(LCC 포함)에 달한다. 총 항공기 수는 300대가 넘어 세계 20위권으로 도약하고, 아시아 항공시장에서는 매출 기준 5위 사업자로 올라선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양대 국적사 모두에 자금을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만약 하나로 통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항공시장 재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은 조원태 회장이 직접 챙기며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최근 정부, 산은 측과 단독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정부지원과 경영권 보장 등을 골자로 논의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온 석태수 한진칼 대표도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석태수 대표가 이 사실(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뒤늦게 알고 조원태 회장과 긴급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은 상호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데 따른다. 산은은 매각 실패 뒤 경영정상화와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처리할 수 있고, 대한항공은 시장경쟁력 확대와 그룹차원의 총수 경영권 방어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의 매각 실패 뒤 산은 중심의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매각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크게 훼손된 재무구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초부터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악화로 결손을 보전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3:1 무상감자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율은 지난 2분기 기준 56.3%다. 전례 없는 유행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감안할 때 추가 자본 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산은과 교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회장은 3자 주주연합과 한진칼을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의 현재 한진칼 지분율은 ▲KCGI 20.34% ▲반도건설 20.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31% 등 총 46.71%(신주인수권 포함)이다. 조원태 회장 진영은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 약 41.14%로 3자 주주연합 측에 열세다.


지분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3자 주주연합에 비해 우군 확보가 쉽지 않은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도와줄 세력이 간절하다. 특히나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산은의 지원은 3자 주주연합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3자 주주연합의 주축인 KCGI가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KCGI는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 중인 만큼 총수일가의 우군이 될 수 있는 세력의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 진영 대비 지분율에서 우위를 보이며 격차 확대에 나서고 있다. KCGI는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 마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자 주주연합의 반발 외 다양한 문제도 자리한다. ▲독과점 논란 ▲노선과 인력 등 구조조정 ▲노동조합 등 내부반발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 동반부실의 위기에 직면한다면 내부로부터 직면할 반발과 자금투입 등 사태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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