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과 손잡은 조원태,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한진칼 지분 등 담보로 자금 지원…경영성과 미흡시 퇴진 등 책임 부담 내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조 회장은 16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공식 추진 발표와 함께 입장문을 통해 '수송보국(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이라는 창립 이념을 수행하기 위한 행보라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을 고려하면 조 회장의 현 입지와 다급함이 녹아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산은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산은은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영구채 전환방식 등을 통해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산은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조건으로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설(說)이 결코 헛된 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딜(Deal)은 조원태 회장과 산은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에 추진될 수 있었다. 산은은 지난 8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을 위한 여러 대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 언제까지 정책자금을 쏟아 부어야할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앞서 매각에 실패한 산은은 한진그룹을 통해 경영정상화와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원태 회장도 초조했다. 그는 당장 이사해임 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3자 주주연합보다 자금력이 떨어지다보니 지분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조원태 회장 진영은 한동안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지 못했던 상황이다.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KCGI 20.34% ▲반도건설 20.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31% 등 총 46.71%(신주인수권 포함)다. 반면 조원태 회장 진영은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과 친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등 약 41.14%로 3자 주주연합 측에 열세다.


물론 산은도 한진칼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는데 따른 부담을 상당부분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산은이 밝힌 투자계약의 조건에 잘 반영돼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한진칼 경영진과 투자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이번 계약은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통합추진과 경영성과 미흡시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게 되는 등 항공산업 개편작업이 갖는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경영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구체화적 구상도 피력했다. 최 부행장은 "경영평과위원회를 통해 통합작업과 통합항공사에 대한 경영성과를 매년 평가해 평가듭급이 저조할 경우 해임 등 경영조치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최 부행장은 "이번 딜을 계기로 한진칼과 주요 경영진 등의 윤리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라며 "계열주 일가는 윤리경영위원회 권고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확약했고,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3자 주주연합의 반발을 예상했기에 표면적으로나마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최 부행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통합 작업을 절차대로 진행하는데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작업은 3자 주주연합에서도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통합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주요 주주인 3자 주주연합과도 협력해 나가길 기대하며, 필요하다면 같은 주주로서 협의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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