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로 불렸던 이웅열의 책임회피
코오롱티슈진 기사회생 하려면 그룹 총수가 직접 챙겨야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지난 2017년 워크샵에서 인보사가 새겨진 화이트보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981103은 인보사 개발이 시작된 날이다. 제공 | 코오롱그룹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지금으로부터 딱 2년전 26년간 유지하던 그룹 회장 자리를 물러났다. 그는 직원들에게 '시불가실(時不可失, 한 번 지난 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이란 말을 남겼다.  말 그대로 '좋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최근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전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웅열 전 회장은 평소 "내 인생의 3분의 1" 또는 "네 번째 자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인보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그가 깜짝 퇴임 선언하고 반 년이 지나면서 인보사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2019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1~2액 중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목적으로 형질전환세포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애초 제출했던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서(IND) 내용과 달라 임상중단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한 마디로 '가짜약'이란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 영향으로 회계법인(감사인)은 회사의 감사의견을 거절됐다.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에 오르면서 상장폐지절차가 뒤이어졌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이닥친 시점은 이웅열 전 회장의 깜짝 퇴임선언 발표 이후  1주일만이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11월초 인보사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사측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상장폐지 결정이 유예될 수도 있지만 작년 5월28일 이후 중단된 주식 거래가 다시 정상적으로 거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이웅열 전 회장은 여전히 이번 사태에 대해 노코멘트하고 있다. 지난 6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법원 피의자심문에 앞서 남긴 "죄송합니다" 한 마디가 전부다.


당시 변호인을 통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공허한 입장문만 피력했을 뿐이다. 이는 회장 재임 시절 인보사 성분 변경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검찰과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작위적  해명에 불과하다. 


코오롱그룹측에서는 이 전 회장이 2018년말을 기점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11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이미 받아 떠났고, 이후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성분 변경을 사전에 몰랐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은 간신히 모면했다.


백번 양보해 이웅열 전 회장이 법적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경영자로서의 책임까지 피할 수 있을까? 재계 및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태도에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그가 코오롱그룹을 맡고 3년차인 1998년부터 연구개발(R&D)이 시작되고, 2017년 식약처 품목허가가 이뤄지면서 인보사에는 '경영자 이웅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전 회장은 지금도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들이 귀한' 코오롱家 3세 이웅열 전 회장은 그룹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그를 빼고 코오롱그룹을 말하기는 어불성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가 퇴임한지 2년이 지났지만 올해도 코오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이웅열 전 회장을 여전히 지정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외아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는 아직 36세에 불과하다.    


이런 점 때문에 인보사 사태가 터진 후 이웅열 전 회장이 이를 전면에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 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이를 못들은척 수수방관하고 있다. 구속됐던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전문경영인과 연구원들이 간신히 보석신청으로 풀려나왔지만 이들에게도 그는 여전히 냉담하다는 후문이다. 


물론 그가 2선에서 도움을 주거나 수렴청정할 수 있지만, 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경영 복귀 혹은 다른 공식루트로 자신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게 옳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인보사가 아직 반전의 실마리를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FDA가 미국 임상3상 재개를 허가했고, 코스닥본부 기업심사위원회 재심 및 감사보고서 적정 판정에 따른 거래 재개 가능성이라는 일말의 희망은 남아 있다. 인보사가 기사회생할 마지막 '골든 타임'은 지금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운명을 가를 적임자는 '인보사= 이웅열'로 불렸던 이웅열 전 회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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