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진심은 몇 퍼센트?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한진칼 지분 전량과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잡고 경영성과가 미흡할시 퇴진토록 한다."


KDB산업은행 부행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지원 계획을 설명하던 과정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상당한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겠다며 한 말이다. 비약을 조금 보태면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한진그룹을 통으로 '압수'하겠다는 뜻이다.


M&A는 어디까지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벌이는 이벤트다. 기업이나 기업 소유주 입장에서는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이 너무 크다는 계산이 나오면 안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조 회장은 다 잃을 것을 각오하고 아시아나항공 M&A에 임해야 한다. 그야말로 배수진이 따로 없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는 산업 내지는 경제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 나온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진도가 나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친 희대의 부실 기업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저 높은 곳의 강력한 의지가 조 회장과 한진그룹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한진그룹이라는 기업집단 입장에서도 주력 사업인 항공업에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사세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겨질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조원태 회장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닐 것 같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는 바람에 전에 없던 감시와 견제를 받게 돼서다. 특혜로 간주될 수 있을 정도의 기회를 제공했고, 자금까지 제공하는데 그 정도 간섭은 해야 한다는 것이 KDB산업은행의 논리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는 한진그룹이 "우리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했다기 보다는 국토교통부와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곳은 너희 뿐이다"라고 해서 성사된 거래에 가깝다. 관(官)이 한진그룹에 협조 요청을 했고, 한진그룹과 조 회장이 호의를 베푼 격이다.


호의를 베푼 조 회장은 되레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 당한다는 엄포를 들어야 했다. 가족사가 언급되며 윤리경영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요구도 받았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자신의 경영권을 지킬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의 굴욕은 감내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결단을 내린 조원태 회장의 진심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 당신의 의중은 몇 퍼센트나 반영됐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서다. 그리고는 "다 빼앗길 수 있다는데도 기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싶었습니까"라는 질문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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