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양 연기' 한양, 3Q 실적 급감
12년만에 매출 9000억 하회…신사업 재편 과도기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중견건설사 한양의 매출액이 12년 만에 연간 매출액 9000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적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건축(주택 포함) 사업의 추진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부동산 규제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주택 분양이 줄줄이 밀리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분양 2000가구 밑돌아, 목표치 미달


한양의 올해 9월말 기준 매출액은 4223억원, 영업이익은 4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29.1%, 영업이익은 35.2% 줄어든 금액이다. 당기순이익도 1년 사이에 533억원에서 273억원으로 48.7% 감소했다. 4분기에도 뚜렷한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아 올해 매출액은 60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8년(6936억원) 이후 11년 연속 9000억원 이상의 매출액 기록이 깨진 것이다.


한양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최근 수년간 최대 사업부인 주택의 분양 일정이 상당수 연기됐기 때문이다. 주택공사 매출은 분양을 실시하고 1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한다. 한양은 2018년 주택 분양이 단 한 것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1152가구)와 한양수자인 구리역(410가구) 등 2000가구 안팎을 분양하는데 그쳤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월에 전남순천의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1252가구), 5월에 하남감일 한양수자인(512가구) 등 2000가구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는 12월 1134가구 규모의 의정부 고산 수자인 디에스티지를 분양할 예정이지만 분양시기가 워낙 늦어 올해 매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분양목표치(5000가구)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수주잔고 중 건축 비중 88.9%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한양의 매출액이 주택분양 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매출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해왔다. 한양은 본래 공공부문 수주경쟁력을 기반으로 건축과 인프라 사업 비중이 균형을 이루는 건설사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관급공사 수주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주전략을 변화시켰고 이후 민간과 계열사 중심의 주택공사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주택을 포함한 건축사업의 매출 의존도는 2013년 48.1%에서 2018년 73.7%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공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건축 비중이 48.5%로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 계열사의 플랜트 공사 착공이 지연되면서 다시 60.5%로 증가했다. 주택 편중은 한양뿐 아니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고민거리다.


한양의 들쭉날쭉한 매출액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6월말 기준 수주잔고 중 건축 비중이 88.9%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양의 올해 6월말 기준 미착공 공사잔고는 2조원으로 착공시점에 따라 매출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대부분 정비사업으로 구성된 미착공 잔고는 순차적으로 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착공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수주잔고 3.2조, 사업 리스크 낮아


다만 한양의 사업 리스크는 높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한양의 수주잔고는 올해 6월말 기준 3조2745억원으로 매출액(2952억원)의 5.5배에 달한다. 2017년부터 꾸준히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 분양을 앞둔 물량도 상당하다. 부산 에코델타시티(559가구), 대구 송현 한양수자인 재건축(1021가구), 과천 에스트로 주상복합(308실), 김포 북변4구역 재개발(3049가구) 등 5000가구에 달한다. 분양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민간공원 특례사업인 순천 삼산공원, 순천 신월·망북지구(1300가구), 광주중앙공원 등도 남아있다.


한양이 꾸준하게 태양광과 LNG허브 터미널,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 사업과 스마트시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양 관계자는 "올해 실적 하락은 사업 중심을 에너지와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 측면이 강하다"며 "내년부터는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주택분양도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최대 규모인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단지 개발사업의 시공을 맡은 한양은 지난해에만 도급액 3135억원 중 2755억원을 자사의 매출로 인식했다. 지난해 한양의 매출원가율이 79%로 낮아졌고 영업이익률이 10%(10.9%)를 넘은 것은 솔라시도 사업이 결정적이었다. 솔라시도 사업은 보성그룹이 직접 택지를 매입한 자체개발사업으로 수익성이 높은 편이었다.


실적 변동성을 높인 주범이긴 하지만 주택사업은 캐시카우(현금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4월말 기준 한양이 진행 중인 3080가구 규모의 주택사업(계열 1건, 정비 3건, 도급 2건)의 분양률은 무려 96%에 달한다. 이중 분양위험이 낮은 정비사업 비중이 46%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비중도 74%다. 유일하게 미분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원도 양양 한양 수자인(716가구)도 큰 문제없이 지난 4월 준공했다. 분양률은 저조했지만 분양률과 관계없이 공사비를 지급(기성불)받는 사업구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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