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야기한 '악수(惡手)'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항공업계의 재편이 이뤄지는 초대형 이벤트이지만 오히려 경영권 분쟁만 가열되고 있는 탓이다.


그 중심에는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자리한다.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국책은행이 민간기업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 있다는 논란을 낳고 있어서다. 한진칼이 산은을 대상으로 신주 706만2146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수년째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 진영(41.14%→47.33%)과 3자 주주연합(45.23%→40.4%·신주인수권 제외)의 지분 경쟁 구도가 뒤바뀌니 당연한 결과다.


산은은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연거푸 주장하고 있다. 지주사 지분율 문제 등 나름의(?) 이유도 피력했다. 하지만 논란과 의구심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딜(Deal)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우군 확보가 절실한 한진 총수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 이번 M&A에 '합리적 의심이 가는 부분이 여럿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의 입김이 센 산은 주도의 딜이라는 점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딜 구조가 그동안 각종 '갑질논란'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온 총수일가를 지원하는데 대해 적지 않은 '파열음'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산은은 '일방에 우호적 의결권 행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한다' 등 경영권 분쟁에 대해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산은의 해명과 '명분쌓기'에도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찌보면 애초에 '악수(惡手)'를 썼으니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산은으로서는 이번 딜을 추진하기 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나리오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시도할 때부터 준비된 여러 차선책(Plan B·플랜비) 중 하나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산은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게 인수 의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한 시점(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하면 적어도 약 6개월의 시간은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해둔 여러 선택지 중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한 한진칼 자금 지원을 통한 매각이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주요 대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했고, 모두 고사하는 와중에 한진그룹이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항공업계의 재편이라는 대의명분을 추구했다면 논란을 야기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분명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협상 당시 한 발 물러서거나 접점을 찾기 위한 추가 노력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향후 산은 주도의 M&A 역사에 '국민의 혈세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했다'는 오해의 소지는 남기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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