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디아지오코리아가 실적개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위스키 업계 불황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첫 외국인 대표까지 선임하며 분위기 개선에 한창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20 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2003억원의 매출과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32.6%, 영업이익은 59% 줄어든 금액이다. 다만 이번 실적 악화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회계연도 매출 4045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감소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실적이 7년 연속 뒷걸음질 친 이유는 고질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소비위축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저도주 선호, 코로나19이후에 따른 '홈술문화' 등 소비트렌드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위스키 입지가 좁아진 부분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만 봐도 70㎘로 전년 보다 42.9% 감소했고, 2014년(900㎘)과 비교하면 92.1%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 올해 6월부로 이천공장의 문을 닫았다. 국내 생산보다 수입해온 위스키가 세금문제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9월엔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댄 해밀턴 전 디아지오 북유럽 사장을 디아지오코리아의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중 댄 해밀턴 사장 선임에 대해 많은 이야기기가 나오고 있다. 그가 디아지오코리아 설립 이래 첫 외국인 대표이사기 때문이다. 실제 디아지오코리아는 2004년 송덕용 회장 이후 16년간 한국인이 대표 자리를 맡아 왔다. 이런 이유로 주류업계에선 디아지오가 한국시장에 마지막 칼을 빼들었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것만으론 생존이 불투명하다 판단했기에 다른 해외법인에서 성과를 내온 댄 해밀턴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아니겠냐"며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경우 한국법인 청산 후 유통판권을 국내 기업에 넘기는 형태로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는 댄 해밀턴 사장이 저도수 위스키 라인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최근만 해도 프리미엄 저도주 '더블유 17(W 17)'과 '더블유 아이스(W ICE)' 2종을 35도로 리뉴얼 출시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내의 경우 40도 이상의 오리지널보다 저도수 위스키가 인기를 끌고 있기에 실적 개선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위스키 수요 확대를 위해 할인 프로모션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디아지오 관계자도 "댄 해밀턴 대표는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팀과 협업을 통해 열정적으로 변혁을 주도하면서 큰 성과를 달성해왔다"며 "디아지오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도 고객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큰 성공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태생인 댄 해밀턴 대표는 2011년 입사한 후 인도와 중국, 일본에 이어 유럽시장을 거치며 다양한 조직을 경영해온 주류시장 전문가다.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는 디아지오 북유럽 대표이사로서 기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