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조원태 회장, '명분·실리' 다 잡았다
경영권 방어·통합 항공사 경영…산은 자금 지원 기대↑
(사진=한진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결과를 손에 쥐었다'


법원이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데 따른 투자은행업계 일각의 평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방어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통합항공사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제고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한진칼과 산은간 투자합의서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 담보 제공, 통합추진과 경영성과 미흡시 경영일선 퇴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양사 통합작업과 이후 안정권에 접어들 때까지 산은과의 협력이 밑바탕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조 회장 측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경영권 방어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조원태 회장은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보다 자금력이 떨어지면서 지분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조원태 회장 진영이 한동안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지 못했던 가운데 3자 주주연합은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며 격차를 약 4%포인트(신주인수권 제외) 넘게 확대했다.


하지만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판결로 기존 계획대로 산은을 대상으로 신주 706만2146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있게 되면서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오히려 4%포인트 넘게 역전될 전망이다. 


유증이 단행되면 조원태 회장 진영의 우호지분은 47.33%가 되고, 3자 주주연합은 지분율이 40.4%(신주인수권 제외)로 희석된다. 3자 주주연합이 보유한 신주인수권(164만6235주)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은 42.9%에 그쳐, 조 회장 진영과 4.43%의 지분율 격차가 벌어진다. 조 회장은 이로써 내년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동안의 참패를 만회하려했던 3자 주주연합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조 회장은 실리뿐만 아니라 명분도 얻게 됐다. 이번 법원 판결은 국가 차원의 항공업 재편이 시급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한진그룹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다시 말해 KCGI가 제기해온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던 산은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는 점에서 향후 우호적인 관계 속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의 매각 실패 뒤 산은 중심의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다. 산은은 지난 8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을 위한 여러 대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산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상황에 언제까지 정책자금을 쏟아 부어야할지 고심이 컸다. 


항공업황의 위축 속에 유동성 우려가 큰 대한항공은 산은의 자금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다양한 시너지 창출 효과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단독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통합시너지를 바탕으로 유상증자에 나서 자본시장으로부터 약 2조5000억원의 자금조달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 거대 항공그룹이 탄생한다. 양사의 지난해 기준 항공여객점유율은 54%(LCC 포함)에 달한다. 총 항공기 수는 300대가 넘어 세계 20위권으로 도약하고, 아시아 항공시장에서는 매출 기준 5위 사업자로 올라선다.


통합항공사는 인천공항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JV) 확대, 해외 환승수요 유치 등으로 외형 성장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할 전망이다. 자재 공동구매와 아시아나항공 외주정비비 내재화, 지상조업사 업무 공유에 따른 조업비 절감 등 통합에 따른 다양한 시너지 창출도 기대돼 수익성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경쟁력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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