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내년 3월까지 공매도가 한시적인 제한상태인 가운데 당국의 공매도 재개 예고에 기업들의 유상증자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상증자 이후 주가 희석으로 공매도 참여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는 기업들은 3월이 되기 전 유상증자를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결정을 앞당기고 있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들어 12월 3일까지 유상증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5건, 코스닥 시장에서 192건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중 유가증권시장에서 39건, 코스닥 시장에서 133건의 증자가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각각 41%, 49%씩 늘어났다. 최근 에어부산, 두산퓨얼셀, 드림텍, 두산중공업 등 기업이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다.
하반기 증자가 늘어난 것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에 앞서 자금조달을 마무리 짓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 15일을 기점으로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동안 기업들은 유상증자에서 유리한 환경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채권, 메자닌보다 후순위로 선택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주가 희석 우려가 있어서다. 유상증자는 자금이 부족하고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기도 해 주가에 악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매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는 발행가 산정 기간에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해 발행가를 최대로 끌어내린 후 신주 발행가 확정 후에는 신주를 취득해 기존 주식을 갚는 방식을 구사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리스크가 낮으면서 수익을 내는 거래가 많았다. 상증자 결의 이후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면 신주 발행가격이 낮아지면서 증자 규모도 적어져 조달자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만 공매도 금지 이후로는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떨어트리는 행위가 어려워지면서 발행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은 항공사나 코스닥 상장사들이 증자를 단행하는 데 부담을 줄여주는 기능을 수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의도적인 주가하락 유도를 방지할 수 있어 발행가액 산정과 신주 발행 후 주가관리에 유리하다"며 "유증 절차가 2~3개월정도 소요돼 연말 내 절차를 시작하려는 발행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제 공매도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국회에서도 관련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는 공매도 규제 강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차입 공매도한 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금지하는 안이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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