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시장' 정부 가이드라인 있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시장 2050년 600조원···사업기반 정교하게 마련해야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15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포항시가 제철과 더불어 '배터리'를 지역의 대표 산업으로 만들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폐배터리 재활용(Recycle) 및 재사용(Reuse)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배터리를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포항시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거점이 필요한 산업이다. 배터리 자체가 무겁고 규모가 커서 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으면 운송비가 많이 든다. 이런 산업 특성을 감안, 배터리 재생사업을 영위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포항을 거점으로 선택하도록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포항시 등 여러 지자체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수 년 간 폐배터리 재활용 및 재사용 사업장 설립 부지 선정을 주저하고 있다. 정부가 배터리 재생 거점도시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지역만 10여곳이라 어느 한쪽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전라남도 나주에 국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거점은 나주 외에도 몇 개 더 있다. 산업부는 제주시에 차종별 폐배터리 성능 평가를 수행하는 센터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구축하고 있다. 울산은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 산업도시로 지정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생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 역시 2018년 환경부로부터 '미래 폐기물 재활용 거점'으로 지정되면서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 사업을 이어 왔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시장은 2050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2028년 국내 8만개의 폐배터리 발생을 시작으로 수명이 다 한 배터리 발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도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 하고 각각의 배터리를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역시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완성차, 배터리 업체간 협력을 통해 재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거점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마저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폐배터리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 등급 기준'을 마련해두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수명이 다 한 배터리를 등급별로 나누고, 이 분류에 따라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안정장치(UPS) 등으로 재사용할지, 아님 니켈·망간 등 소재만 추출해 재활용 할지를 정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정책탓에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수거' 단계에서 멈췄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친환경에서 출발한 만큼 배터리 생산에서 재활용 시장까지 모든 과정을 정책적으로 정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금의 정부 정책으로는 20~30년 후 폐배터리시장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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