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재계 인사 '친정체제·오너십 강화'
사업 추진 동력 확보 차원, 최측근 CEO 대부분 유임…젊은 오너경영인 전진배치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1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2021년 새해를 앞두고 주요 그룹 대부분이 새 진용 구성 작업을 매듭지었다. 지난 달 말 LG와 롯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SK 등 5대 그룹 중 4곳이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재계 서열 30위권 그룹 중 상당수도 연말인사를 끝마친 상태다.


대기업들의 올해 인사 포인트는 '위기 돌파', '오너체제 확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세계 경제 불확실성 상존,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산적한 대내외 과제 해결을 위해 조직 안정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기업들은 오너십을 강하게 필요로 하는 '기업위기'를 기회로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 측근들을 중심으로 코드인사를 강화하고, 재계 서열 5위권 밑에선 오너 3·4세의 초고속 승진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헤드쿼터 유지하고, 성과 기반 'CEO 후보군' 대거 등용



(사진 좌측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삼성과 SK, LG의 올해 인사 스타일을 살펴보면, 3개 그룹 모두 조직의 중심을 잡는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유임했다. 대신 글로벌 경쟁 최전선에서 뛰어야 하는 실무형 임원진 자리는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조직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도록 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성과만 있다면 40대 초반의 발탁인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SK E&S에선 40대 중반의 CEO가 나왔다. 


삼성은 전자부문의 경우 사장단 변화 폭을 최소화하고, 전자의 지원군 역할을 하는 IT 계열사 CEO들은 과감하게 교체했다. 특히 연령에 상관없이 미래성장을 주도할 차세대 CEO 후보군 진영을 탄탄히 했는데,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발탁해 미래 핵심 성장동력을 확대하는데 집중했다. 


삼성전자 최연소 부사장으로 발탁·승진된 이준희(51)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은 5G vRAN(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미국 버라이즌 등 통신사업자 대형 수주를 성공시킨 무선통신 기술 전무가로 꼽힌다.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와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 애널리틱스 랩 상무는 모두 1979년생(41세)다.


삼성 기술력을 뒷받침해 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 또한 기술을 강조한 인사가 단행됐다. 


대표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로 선임된 최주선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DS 부문 미주총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친 반도체 설계분야 전문가다. 삼성SDS 신임 대표인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 또한 나노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SK그룹 역시 중심이 되는 헤드쿼터를 유지하고, 이들에게 승진이란 과실까지 안겨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추진중인 ICT 지주사 전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 등 사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SK는 그룹의 미래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SK하이닉스, SK E&S 등 계열사에 대해선 투톱체제로 전환해 무게감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세차례 연임하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겸해서 맡게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수소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이끄는 SK E&S의 유정준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만 46세인 추형욱 SK㈜ 투자1센터장을 사장으로 발탁해 SK E&S의 공동대표를 맡게한 점도 눈에 띈다. 


◆ 위기시 '빠른 결단' 오너십 중요성 부각…자연스런 경영승계 '일거양득'


LG그룹은 LG상사 등 5개 계열사에 대한 계열분리를 결정하고, 완전한 '구광모 시대'를 열어 젖혔다. 구본준 LG 고문이 계열분리를 위한 구획정비 작업을 마치면서 구광모 LG 회장 원톱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최근 몇 년에 걸쳐 부회장단과 사장단 교체작업을 했던 만큼 이번 인사에서 대부분 유임 결정을 내려 체제 안정화에 힘썼다. 용퇴를 결정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하고 차석용·권영수·신학철 부회장 등 나머지 3인의 부회장단은 모두 자리를 지켰고, 권봉석 LG전자 사장을 비롯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도 대부분 유임됐다.


후대로의 세대교체를 먼저 마친 5대 그룹과 달리 그 외 기업들에선 오너 3~4세의 전진배치 작업이 한창이다. 


한화, GS, LS, 코오롱 등의 그룹은 70~80년대생 오너가 자제들이 사장단에 대거 합류했다. 위기시엔 빠른 의사결정과 결단이 가장 중요한데, 이는 곧 오너십과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오너 경영인 전진배치를 통해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과 더불어 세대교체란 큰 과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지난 9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지난달 중순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GS는 80년대생 오너 4세인 허주홍 GS칼텍스 상무보와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보를 나란히 상무로 승진시켰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도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LS그룹은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구본규 LS 엠트론 부사장도 CEO로 임명됐다. 구동휘 LS 전무의 경우엔 E1으로 이동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부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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