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비상장 코로나19 진단키트업체인 솔젠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대주주 EDGC가 장악한 솔젠트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 배정 유상증자에 실패하고 일주일 만에 대상을 바꿔 유상증자를 재 추진한다.
이에 2대주주 WFA투자조합과 우호 지분, 소액주주들이 손 잡은 '주주연합'은 "실권주 확보를 노린 (EDGC 측의)꼼수 증자"라고 반발, 지난 우리사주조합 대상 유증에 이어 다시 한 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들어갈 의사를 드러냈다.
솔젠트는 지난 7일 이사회 직후 총 371만2824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발표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5600원이며, 주주는 1주당 0.3주를 받을 수 있다. 유증이 마무리되면 솔젠트 내부로 약 207억원이 추가 유입된다.
회사는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신주를 줄 계획"이라고 강조한 뒤 "확보되는 자금은 시설 및 운전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원·부재료 매입과 각 분야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등에 자금을 활용하고, 건물과 토지 구입 및 증축, 개·보수에도 신경쓰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통해 올해 진단키트 전문업체로 각광받은 솔젠트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드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EDGC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주연합' 측 생각은 다르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8일 "회사의 연말 보유 현금 시재만 500억~600억원에 달한다. 자금이 부족해 증자를 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기업의 설비 확충과 주주배려를 가장해 실권주 확보를 노린 꼼수증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351만주 중 우리사주조합에 10%를 우선 배정했고, 실권주 처리 또한 (EDGC가 지배하는)이사회에 위임했기 때문에 이 역시 3자배정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주 발행가액 5600원도 현재 이 회사 주식 장외시장가격의 1/3에 불과, 주주 권리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솔젠트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 이사회는 EDGC 측 인사인 유재형·이명희 현 공동대표, 그리고 WFA투자조합을 대표하는 석도수 전 공동대표 등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유 대표와 석 전 대표가 공동 경영을 하고 있었으나 이사회가 4달 전 석 전 대표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고, 그의 빈 자리에 이 대표가 부임하면서 EDGC와 WFA투자조합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솔젠트 이사회는 "석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에 진단키트 미국 시장 독점판매권 부여했다"며 이를 해임 사유로 꼽았다. 그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반면 석 전 대표는 "해당 업체는 미국 연방정부와 거래할 때 필요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란 긴급 상황 속에서 솔젠트에 도움이 되는 에이전트"라고 해명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솔젠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했다가 EDGC가 자신을 배척했다는 게 석 전 대표의 주장이다.
석 전 대표는 더 나아가 경영권 되찾을 목적으로 소액주주들과 연대, '주주연합'을 만들어 내년 1월13일 임시주총을 소집해 놓았다. 여기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규 이사 두 명을 선임해 경영권을 탈환하겠다는 자세다.
솔젠트에선 EDGC가 현재 지분율 17.51%를 기록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이어 WFA투자조합이 지분율 14.78%로 2대주주에 오른 상태다. 두 단체 외엔 WFA투자조합과 관계있는 우호지분 약 19%, 소액주주 약 2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주연합' 측은 임시주총 때 각종 안건에서 과반수 이상의 표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이에 EDGC 측이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현 발행주식 총수의 21%에 달하는 유증을 추진, 임총 앞두고 세 확산에 나섰으나 '주주연합'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대전지방법원이 지난 1일 인용 판결하면서 지분 늘리기에 실패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대상을 현 주주로 바꿔 유증 카드를 다시 꺼냈다.
사실 이번 주주배정 유증은 납입일이 내년 1월27일이어서 내년 1월 열리는 임시주총,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의 표 대결과는 큰 연관이 없다. 1월 임시주총은 8일, 3월 정기주총은 올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EDGC 측이 내달 임총에서 경영권을 내주더라도 다음 단계를 바라보며 유증 등 여러 구상을 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띨 것이란 뜻이다. 일각에선 계속되는 지분율 다툼 및 증자 논란이 결국 양 측의 '돈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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