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중국 바이오텍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 상장으로 SK㈜와 일부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하버바이오메드가 전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하버바이오메드의 상장 시가총액은 원화 기준으로 1조2800억~1조4200억원에 이른다.

하버바이오메드는 사노피,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와 하버드 의대 출신 전문가들이 지난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버바이오메드는 인간 항체 유전자를 이식한 쥐를 통해 완전인간 항체를 만드는 형질전환(H2L2) 마우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하버바이오메드가 네덜란드의 하버 안티바디스(Harbour Antibodies)를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도입한 기술로, 쥐가 가진 항체 유전자를 없애고 인간 유전자를 넣어주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서는 하버바이오메드 상장으로 SK㈜는 물론,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일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10월 하버바이오메드에 60억원을 투자해 11만4322주(지분율 1.13%)를 확보했다. 이번 상장으로 보유 지분의 가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증시에 신규 상장한 중국 바이오텍의 상장 후 주가 수익률이 대체로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하버바이오메드와 공동개발을 진행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신약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7년 하버바이오메드에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을 총 81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월 실망스러운 임상 3-1상 결과를 냈던 HL036의 임상 설계를 개선해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진입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또한, 하버바이오메드는 코로나19로 지연됐던 HL036의 중국 임상 3상을 지난 1일 개시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HL161은 하버바이오메드가 중국 지역과 이뮤노반트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뮤노반트는 지난 2017년 12월 HL161의 북미·중남미 등의 권리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5억250만달러에 체결한 스위스 제약사 로이반트의 자회사다. HL161은 지난 10월 중국에서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하면서 중국 임상 2상을 개시했다.

박재경 DB금융투자 연구원은 "HL161을 나스닥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HL161만을 개발하는 이뮤노반트의 주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뮤노반트의 지난 9일 종가는 49.54달러로 상장 당시 주당 10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하버바이오메드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국내 신약개발 업체로는 레고켐바이오, 다이노나 등이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9월 하버바이오메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하버바이오메드가 보유한 차세대 항체에 자사의 ADC 기술을 적용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ADC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다이노나는 지난해 6월 하버바이오메드와 항체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하버바이오메드의 형질 전환 마우스 기술을 이용해 완전 인간 항체 신약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하버바이오메드는 중국 바이오텍으로는 드물게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회사"라며 "하버바이오메드와 공동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신약 가치도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