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른 자본에 시달리는 바이오기업
본업 매진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는 문화 정착돼야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3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새미 기자] 최근 개미투자자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성마른 자본이 바이오기업을 옥죄고 있다.


성마른 자본이란 장기적인 경영 실적보다 단기적인 성과를 원하는 자본을 뜻한다. 더 빨리 더 많은 수익을 채근하는 조급한 자본은 기업의 체질도 변화시킨다. 성마른 자본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유연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에게 성마른 자본은 독이 되고 있다. 보통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10년 이상으로 길고, 하나의 신약 개발에만 1~2조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가 채 안 된다.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임상시험에 진입하기만 해도 곧바로 신약 개발이 성공할 것처럼 과도한 기대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 1상 승인만 받아도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인체 임상 전 단계인 전임상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발견했다는 발표에도 주가가 들썩인다.



비교적 잠잠했던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면서 쏠린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관심에 힘겨워하는 눈치다. 제약·바이오기업 IR 담당자들은 너도나도 "하루종일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주주들의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일부 제약·바이오 주주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신풍제약 주주들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처방을 요구하는 등 어긋난 충성심을 보였다. 코로나19 치료제 '슈펙트'를 개발 중인 일양약품의 주주들은 회사 계획에도 없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보내고 회사 관계자를 사칭했다.


문제는 이들의 잘못된 행동력으로 인해 해당 제약사들이 되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피라맥스의 오남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주주뿐 아니라 회사에도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일양약품 주주의 허위 자료 배포 행위는 주가 조작이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소외받다가 코로나19로 빛을 보기 시작한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크게 사정이 다르진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 170여 개국으로 22억7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어치 수출되며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주식시장에서도 씨젠 등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은 핫한 종목이 됐다.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고, 미국에서도 긴급허가승인을 목전에 둔 코로나19 백신들이 등장하면서 진단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진단업체들은 소액주주들의 지탄을 받느라 본업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마크로젠의 경우 다른 진단업체에 비해 주가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일부 소액주주들의 관심은 그저 당장의 수익에만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주주들이 기업의 탄탄한 실적과 성과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바이오기업 특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근거로 무리한 성과를 요구하는 일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몰된다면 회사와 투자자, 제약바이오 시장 모두 공멸할 수 있다. 바이오기업들이 안심하고 본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보면서 여유롭게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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