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호들갑 경제
환율, 방향보다 속도 문제···정부의 속도조절 개입만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7일 09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금융부장] 지난 2004년에 만난 조국준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보건복지부, 국회, 감사원, 국민연금공단 등의 감사와 간섭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조금이라도 약세를 보이면 여기저기서 '국민연금이 받치지 않고 뭐하고 있냐'는 압박에 시달렸다. 이미 한 차례 사퇴 소동도 있었다.


한미은행 자금운용본부장 출신인 조 본부장의 철학은 확고했다. 국민연금기금은 물가 상승률만 넘기는 정도의 안정적인 운용을 가져가야 하며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 주가가 오르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주가와 실물경제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온 국민을 투기판으로 몰고 있습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처럼 시장과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경계했던 그가 환율만은 예외로 꼽았다. 환율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약간 숨을 고르는 국면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어김없이 언론 헤드라인에 '수출기업 비상'이 등장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그만큼 비싸게 주고 사야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의 하락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보도와 기업의 하소연을 보고 있자면 대체 달러당 700~800원대 시절에는 손가락 빨고 살았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원론적으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튼실하다는 뜻이다. 환율은 금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현상까지 반영된 비교가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미국과 중국의 갈등, 북한의 도발 등 굵직한 이슈는 당연하고 BTS를 앞세운 문화한류, 각종 사건과 사고, 심지어 개인의 작은 경제활동도 정확한 수치까지 산출할 수는 없으나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각국의 경제이슈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환율을 대표적인 경제현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따라서 환율 하락, 즉 원화 가치의 상승 자체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단가 하락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수입단가가 오르지만 수출 경쟁력이 커진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경제팀은 낙수효과를 강조하며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골적인 고환율 정책을 구사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체감물가 상승으로 낙수효과까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수출 기업은 호재를 누렸다.


이처럼 환율은 동전의 양면이다. 환율의 큰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경우 다른 역풍과 부작용을 불러온다. 아베노믹스의 줄기였던 엔화가치 하락이 불러온 역풍과 부작용을 생각해보면 쉽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환율 변동 속도가 빠르면 각 경제주체가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모든 기업 등이 전세계 통화 포지션을 열어두고 자연스럽게 각 통화 간 '바스켓 헤지'로 환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삼성전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는 사이 각 경제주체는 추세에 맞춰 준비하고 움직이면 된다. 조국준 본부장의 정부 개입 주장도 속도 조절을 뜻한다.


실제로 2004년 조 본부장은 정부와 협의해 국민연금기금으로 미국채를 대량 매입, 환율 변동성을 둔화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상대 가치인 환율에 절대 기준을 적용해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호들갑과 엄살, 비판을 위한 비판은 돌고 돌아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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