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테스트' 시작하는 한은, 과제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화폐의 몰락, 실패의 역사 겪지 않으려면 신중해야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5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원재연 기자] 15일 한국은행이 발행한 국내 최초의 법정 전자화폐 케이캐시(K-CASH)가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다. 20년이 넘는 운영에도 불구하고 케이캐시의 마지막 성적은 월 사용액 80만 원 이라는 초라하기 그지 없는 수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케이캐시가 완전히 사라진 내년부터는 한국은행이 CBDC(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가 발행 전 성능 테스트에 들어간다. 시기적으로나 발행 주체로 보나 법정 디지털화폐의 바톤을 CBDC가 넘겨받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케이캐시에서 경험한 실패를 CBDC에서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2001년을 돌이켜보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결제와 IC카드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2001년에는 디지털화폐의 발행이 마치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졌다. 당시 전자상거래에서 소액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했지만, 경제계에서는 2년 내로 디지털화폐의 보급률이 100%에 달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예측을 우후죽순 내놨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케이캐시 외에도 삼성·엘지·국민 3사가 발행한 A캐시, 이코인, 아이캐시 등등 사기업들이 당시 연이어 내놓은 디지털화폐는 50종 이상이다. 



예상이 틀리지는 않았다. 모바일 기기의 점진적인 보급과 소비패턴의 변화로 전자상거래 결제액은 2009년 처음으로 월 10조 원을 넘겼다. 코로나 이전에도 전년 대비 20%씩 증가하던 온라인 결제 비중은 올해는 비대면 쇼핑의 확산으로 35%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전자상거래시대의 개막을 기다려낸 디지털화폐는 결국 없었다. 2000년대의 디지털화폐들은 지불시스템과 보안의 문제, 인프라의 문제, 범용성의 문제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췄다. 


케이캐시 역시 다르지 않았다. 디지털화폐 춘추전국시대에서 케이캐시는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와 은행이라는 특성상의 홍보 부족 등으로 경쟁에서 밀려났다. 연간 사용액은 1000만 원 이하, 최초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CBDC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 세계적인 기대 또한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디지털화폐의 단점으로 꼽혔던 보안과 해킹에 대한 우려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보완될 전망이다. 일일히 은행과 가맹점에 찾아가 충전해야 했던 디지털화폐의 번거로움은 모바일 금융시대에 더는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다만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기존 디지털 화폐가 가지고 있던 프라이버시의 문제,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문제다. 


전자상거래에서 디지털화폐가 넘지 못한 가장 큰 벽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였다. 발행 주체인 사기업과 중앙은행들이 개인의 결제 정보 등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올해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블록체인 기반 DID(탈줄앙화신원인증)은 개인의 금융정보에 대한 관리 권한은 개인에게 돌려주며 이러한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 다만 CBDC의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숙한 블록체인 기술도 해결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CBDC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며 JP모건, 라인, R3 코다, IBM 등이 CBDC를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매일 24시간 전국민의 결제와 송금을 해결해낼 역량을 가진 단일 블록체인 플랫폼은 아직 없다고 전 세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은 이미 올해부터 CBDC의 폐쇄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 역시 코로나 이후로는 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이캐시, 에이캐시의 이름을 아는 사람보다 비트코인에 익숙한 대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대중이 어떤 결제 시스템을 원하는지,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의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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