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CB 콜옵션 행사가 있었던 사례는 바로 케이피에스다. 해당 기업은 에이치엘비(HLB) 출신들이 올 초에 경영권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다.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김성철 바이오부문 대표는 지난 4월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발행한 4회차 CB 중 일부를 48억원에 지난 11일 인수했다. CB의 전환가액과 현 주가를 고려했을 경우, 김 대표가 누리게 될 평가차익은 약 64억원이다. 

법인이 아닌 개인이 CB 콜옵션을 행사하는 일은 자본시장에서 쉽지 않다. 권리행사를 하고 CB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에이치엘비 근무 시절 스톡옵션 등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둔 적이 있어 현금 동원력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케이피에스 고위 관계자는 "지분을 더 확보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케이피에스 외에도 많은 상장사들의 최대주주와 그 주변인들이 CB 콜옵션을 통한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강엠앤티의 송무석 대표와 송정석 회장도 지난 9월 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 뒤, 10월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송 회장 형제는 총 15억원의 CB를 확보했는데 지분의 평가가치는 88억원이었다.  

경동제약의 최대주주인 류기성 대표도 지난 9월 콜옵션으로 지분을 늘렸다. CB 인수 규모는 112억원으로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한 평가차익은 무려 132억원에 달했다. 빅텍의 박승운 회장도 지난 8월에 시세보다 훨씬 낮은 단가에 CB를 취득했다.

이런 방식의 CB 콜옵션 행사는 회사가 누려야 할 권리를 특정 개인이 가져간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CB의 전환가액과 주가의 차이가 벌어질 경우, 회사는 CB를 인수해 소각함으로써 부채를 줄이고 주주들의 과도한 지분 희석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콜옵션을 최대주주나 그 주변인이 행사하면 차익을 특정 개인이 누리면서 회사는 CB로 인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에 따른 회계상 부채가 발생하게 된다. 자칫 특정 개인에게 CB에 대한 투자 차익을 볼 수 있게 해준 경영진의 배임 이슈로도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 측 입장에서는 사실상 리스크 없는 투자 수익이다. CB의 전환가액이 현 주가보다 낮다면 콜옵션을 행사해 평가차익을 노릴 수 있다.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높을 경우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전문가들은 CB의 콜옵션 권리를 회사가 아닌 제3자가 행사하는 것은 해외에서는 찾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제3자의 콜옵션 행사가 보편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최대주주 측이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모 분리형 BW의 발행이 금지되면서 CB의 콜옵션이 대안이 됐다.

제3자의 CB 콜옵션 행사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거래를 금지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CB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