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라면회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한 라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21일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5억4972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증가한 금액이자 연간 수출액(4억6697만 달러)도 넘어선 규모다. 이에 라면업계는 이달 수출액이 지난달 수준(약 5000만 달러)을 기록하면 역대 최대인 6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억3856만 달러로 'K-라면' 최다 수출국(25%) 이었다. 이어 미국(7284만 달러), 일본(4498만 달러), 태국(2466만 달러), 필리핀(237만 달러) 순을 보였다.

라면 수출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비상식량으로 쟁여놓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K-라면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의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올해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해외 곳곳에서 신라면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았다"면서 "신라면 등 농심 라면이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를 감동시키는 No.1 식품한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면류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32% 증가한 3500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증가에 맞춰 2022년 초 준공을 목표로 2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밀양에 신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연면적 6만9801㎡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세워질 밀양 신공장은 삼양식품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팔도도 해외에서 순항하고 있다. 팔도의 '도시락'은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산 식품으로 꼽힌다. 러시아 법인에서만 올해 1685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현지 법인 매출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금액 역시 3분기까지 89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438억)을 넘어섰다. 팔도는 올해 해외에서 라면으로만 전년 대비 113% 늘어난 3212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해진 매운맛과 김치맛 위주로 제품을 알리고 있다"며 "이와 함께 코스트코 등 현지 주요 채널 입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K-라면'의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해외에서 미국과 중국, 동남아 위주로 판매되는 오뚜기의 올해 라면 예상 수출액은 전년 보다 90억원 늘어난 620억원이 예상된다. 라면의 선전 덕분에 당면 과제로 지적 돼 온 해외 매출 10% 돌파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 3분기까지 회사 전체에서의 해외 부문 실적이 9.9%를 기록해 올해 무난히 1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