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조원태에게 공짜 점심 줬나?
'안정적 경영권' 주고 공적자금 최소화 카드 확보···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지켜봐야'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10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지난달 19일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의 목소리엔 진한 노여움이 서려 있었다. 나흘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 산은이 한진칼(대한항공 모회사)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자 정치권과 언론, 시장 등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몇몇 기사의 제목까지 언급하며 직접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도 분을 삭일 수 없었는지 기자들을 향해 '정확하게 사안을 봐달라'는 읍소도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시계 제로에 놓였을 때도 차분함을 유지하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많은 사람이 꼬집은 이 회장 구상(idea)의 맹점은 정책자금이 '재벌 3세'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일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이었다. 조 회장이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선택은 한진칼 주주 절반의 의사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동걸 회장이 "한진칼 사외이사 지명권 등 7대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조원태 회장은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으로 벌어진 현실은 정책금융기관이 재벌 총수의 백기사가 됐다는 점에 더 무게가 실렸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 발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의 얼굴에서 많은 이가 '여유'를 엿본 건 지나친 넘겨짚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조원태 한진칼 회장.


중요한 포인트는 'M&A는 공짜 점심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냉정한 교환관계가 성립되는 곳이 바로 M&A 협상 테이블이다. 설령 국민세금이 원천인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더라도 중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줘야만 한다. 오히려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산은 같은 정책금융기관은 협상 테이블에서 을(乙)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 회장은 조 회장이 가장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졌다. 무엇보다 산은이 팔려는 물건(아시아나항공)이 한 차례 퇴짜를 맞은 상태였고, 국내서 가장 큰손들인 삼성과 현대차 등 5대 그룹으로부터도 문전박대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는 이 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조 회장의 숙원인 '안정적인 경영권'을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회장의 결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거나 한진칼 주주 절반의 의사를 왜 묻지 않았냐는 비판보다 이 회장이 조 회장으로부터 가장 원하는 것을 얻어냈는지 여부다.


일단 이 회장이 원했던 정책자금 투입 최소화는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양사 통합이 추진되지 않았다면, 산은은 수조원대의 자금을 양사에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 통합을 통한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력 향상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돼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때쯤이면 이 회장이 조 회장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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