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볶은 공모주 제도
개미 입맛 맞춘 단기 대책…코스피·코스닥 제도 적용 달라 업계·투자자 혼란 키워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09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민아 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설명하는 단어는 '동학개미'와 '공모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너진 증시를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이 떠받쳤고, SK바이오팜으로 공모주가 엄청난 수익을 준다는 경험을 통해 공모시장이 활황을 맞이했다.


외국인과 기관에 밀려 시장에서 소외되던 개인들이 시장을 이끌면서 위상도 달라졌다. 현행 공모주 배정 방식이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결국 제도 개편까지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개편안을 내놨다. 개인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편안은 12월 최초 신고된 증권신고서부터 우리사주조합의 미달 물량을 최대 5% 넘기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제도가 본격 적용되자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발표된 대책이 아닌 탓에 곳곳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불편한 제도라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한 기업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주식을 일반투자자에게 20~25%, 기관투자자에게는 75~80%를 배정한다고 명시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추후 배정비율이 변동될 가능성을 적은 셈이다. 일반 청약까지 모두 완료되고 난 뒤에 물량이 확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얼만큼의 물량을 배정받을 지 신고서를 보고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업무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물량의 20%를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후 우리사주조합에서 실권이 발생하는 물량을 일반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코스닥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20% 내에서 공모주를 우선 배정한다. 의무로 명확히 기재된 비율이 없는 것이다. 20%에 못 미치는 비율을 배정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번에 개편한 제도는 코스닥에도 우리사주조합에 20%를 배정한다고 가정한 상태로 만들어 졌다. 실제 배정이 어떻게 되든 20%를 우리사주 몫으로 떼어둔 다음에 청약 후 재조정하는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에게 배정하는 물량이 없다면 일반 배정 물량을 늘리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친 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까지 마무리한 후에야 정확한 배정 물량이 정해진다. 결국 일반의 배정 물량을 기관의 몫에서 빼서 주는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기관의 배정은 청약일 전에 확정이 되는 상태라서 공모 절차를 마무리한 후에 5%를 빼서 일반투자자에게 줘야 한다"며 "우리사주에서 실권난 물량을 넘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관의 몫을 넘기는 것은 실무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에 대한 물량을 사후적으로라도 청약 이후 늘릴 수 있는 형태로 증권신고서에 기재를 해달라는 요청"이라며 "실제로 개인에 대한 물량이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늘어날 수 있는 여지만 넣어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모주 제도 개편안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뚝딱 만들어졌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모주 제도 개편안을 재빠르게 내놓은 것은 결국 투자자들을 위함이다. 그렇지만 얼만큼의 물량을 받을 지 알 수도 없는 제도가 과연 투자자들을 위하는 처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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