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작년 말 갑작스레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이베이 본사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법인 형태를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에선 "다른 목적이 있어 법인 형태를 바꾼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의 경우 주식회사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감사보고서 제출 등의 공시 의무가 사라져서다. '깜깜이 경영'을 통해 본사로 막대한 자금을 유출하는 행위를 감추기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의 이러한 관측은 이베이코리아가 올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게 되면 국부유출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7월 16일자로 주식수를 기존 7416만주에서 5001만주로 줄이는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당시 이 회사 자본잉여금 항목에는 8025억원에 달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이 존재했다. 지금도 이베이코리아에 이정도 수준의 주식발행초과금이 쌓여있을까.
시장은 작년 7월에 비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해당 자금 대부분이 영국 이베이(이베이KTA)에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이베이KTA가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상감자 당시 이베이코리아 주식 1주당 수백억원을 책정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만약 시장의 추정이 맞다면 이베이코리아가 국부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유한책임회사로 전환 후 이베이코리아는 경영 공시의무가 사라진 터라 1년 전 유상감자 때 얼마만큼의 차손이 발생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지난 10월 이베이KTA가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등에 제출한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와 모회사간 자금흐름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순 있다.
이베이KTA는 이베이코리아 한 곳을 지배하는 지주사다. 별다른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 이베이코리아의 경영상 변화는 이베이KTA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구조다.
BEIS 자료에 따르면 이베이KTA의 지난해 총매출은 227만달러(26억원)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엔 배당금을 안기지 않은 영향이다.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이베이KTA의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전년보다 2만4123% 폭증한 6억4385만달러(7443억원)에 달했다.
같은 시점 이베이코리아의 자본총계는 4억3330만달러(5009억원)로 전년 같은 시점(9억6365만 달러, 1조7543억원) 대비 53.4%(5억3045만달러, 5745억원) 급감했다. 유상감자로 인해 이베이코리아의 자본총계는 크게 줄어든 가운데 모회사는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이베이KTA가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적잖은 현금을 빼내 가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쌓여 있던 주식발행초과금이 유상감자 한 번에 전액 소진된 게 아닐 뿐더러 매년 순이익을 내는 곳인 만큼 이익잉여금 규모 또한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유상감자 및 배당 등 본사와의 금전거래 등은 확인이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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