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불발 된 한국화장품… 턴어라운드 까마득
219억 마스크 계약 결렬… '쥬단학‧산심' 주력 브랜드도 버거워


[팍스넷뉴스 범찬희 기자] 한국화장품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트렌드 변화와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친 가운데 의욕적으로 나선 마스크 사업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한국화장품은 대면 위주의 전통적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채널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턴어라운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화장품은 지난 23일 실내공기질안전지킴이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로부터 마스크 납품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접수 받았다. 지난 7월 219억 규모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상반기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실내공기질안전지킴이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당초 8~9월 첫 납기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태풍 발생으로 제조 공장 측 기계 준비가 미흡해 연말까지 정상적으로 제품 공급이 이뤄지지가 않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파기는 한국화장품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계약 규모가 지난해 매출(1312억)의 16.7% 해당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급락한 올해 뷰티 매출을 마스크 계약으로 일부 만회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실제 올해 3분기 한국화장품의 누적 매출은 5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한국화장품의 주요 판매 경로인 가맹점 운영과 방문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해도 116억원에 달한다.


사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뒤 영업흑자를 실현한 건 두 차례(2016년·2017년) 뿐이다. 주력 브랜드인 '쥬단학'의 이미지 노후화를 막지 못하고, 2002년 야심차게 선보인 '산심'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컨브랜드 '더샘'을 2010년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화장품은 2010년 중장년층에 국한된 소비층을 넓히고자 10~30대를 겨냥해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법인 설립 초기 배우 이승기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더샘은 2016년 연매출 1400억, 영업이익 204억원을 달성하며 한국화장품의 새성장 동력으로 자리잡는 듯 했다. 하지만 2017년 무렵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부흥으로 로드샵의 인기가 차츰 식어감에 따라 지난해 1057억원의 연매출과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만큼 사세가 기울었다.


문제는 한국화장품이 수년째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음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헛발질'만 하고 있단 점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화장품 역시 온라인몰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자체 온라인스토어와 홈쇼핑 채널을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맹점과 방판 경로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 판매업에도 발을 들였지만 이마저도 때늦은 진입과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수익창출원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화장품은 비대면 역량을 키우는 근시안적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실적 악화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등한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온라인과 홈쇼핑 등으로 채널을 넓혀나가고 있다"면서 "사업부별로 채널 변화 등 내년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계획 단계라 외부에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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