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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M&A, 공정하지 않았던 이유
권일운 기자
2021.01.07 08:00:04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6일 09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한국에서 계속 스타트업을 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적잖은 팔로워를 거느린 한 스타트업 임원이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런 토로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합병(M&A)을 조건부 허용(이라 쓰고 불허라고 읽는다)한다고 밝힌 뒤였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국내에서 성장한 유니콘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돼 창업자와 투자자가 큰 부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꺾어버렸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세계적인 유니콘으로 발돋움할 기회도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 스타트업 단체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해당 단체는 배달의민족 창업자가 이끌던 곳이라고 한다.


성명에는 "혁신성장과 국내 스타트업의 미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강한 어조가 담겼다. "공정위 결정이 우리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대박 사례가 나타나야 더 우수한 인재가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질좋은 자금이 공급된다. 그런데 공정위는 전무후무한 국내 스타트업(지금은 유니콘이라고 봐야하지만)과 글로벌 기업의 조 단위 M&A를 깨버리면서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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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공정위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꿈을 꺾어버려고 배달의민족 M&A에 제동을 걸었을까. 플랫폼 사업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공무원 집단에 불과했을까.


공정위는 이름 그대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지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처다. 경제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복리를 극대화하고, 유·무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때로는 칼날을 휘두르는 규제 기관이다. 그런 공정위는 적어도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를 통해)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다.


배달의민족같은 플랫폼 사업자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나누는 경제 주체는 자영업자와 운송업 종사자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운송업 종사자들에게는 썩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배달의민족 M&A로 100%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는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한다면 이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사용자들의 편익은 커질까. 사용자는 △맛있는 음식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99%대 점유율을 가진 단 하나의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선택이라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라는 관용적 표현이 현실이 되는 세계다.


규제나 제재의 내용을 뜯어보면 나름 다 이유가 있다. 공정위가 배달의민족 M&A를 불허한 것도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보다는 생태계 밖 사람들의 편익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지금의 결정이 수년, 수십년 뒤에는 플랫폼 사업의 발전에 발목을 잡은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다수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러다 보면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규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고정관념이나 규제를 케케묵은 것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혁파하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자신들이 속하거나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의 가치보다 더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을 수 있어서다.


여담이지만 한때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를 꽤 많이 이용했다. 개인적으로는 타다가 사라지는 바람에 느끼는 편익보다는 불편이  크다. 타다가 몰락한 결정적인 이유가 현행법을 어겼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이해관계가 배치되는 사회 구성원들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심을 잃은 게 크다고 생각한다. 


혁신을 표방하는 기업이나 기업가라면 타다의 사례를 반드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자신들이 창조한 혁신이 가져올 편익보다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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