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반도체 슈퍼호황 재진입…몸 낮추는 삼성·SK
D램 판매단가 3년 전 대비 4배 '뚝'…기회·위기 공존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6일 10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규모가 3년 만에 1000억 달러선을 재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지난해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잇단 인수합병으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데다가 신규 경쟁자들까지 등장하면서 마냥 안심하긴 어렵다. 국내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D램의 경우 5G, 서버 등 전방산업 수요증가로 연초부터 초과수요로 전환한 상태지만 2018년 수준만큼의 높은 마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만 봐도 2018년엔 8달러선에서 현재는 2달러대에 불과하다. 하반기 반등 예상되는 가격 폭도 3달러대다. 


◆ 올해 반도체 수출액 1000억 달러 돌파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인 평택2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올해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093억 달러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중국과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다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기면 2018년(1267억 달러) 이후 2번째 기록이 된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2위 수출액(992억 달러)도 1년 만에 갈아치우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D램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자부 자료를 보면, D램의 고정가격은 작년 12월 전망 기준 2.94달러로 2분기(3.19달러), 3분기(3.44달러), 4분기(3.69달러)를 거치면서 점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불리던 2017~2018년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은 3.95달러에서 3.79달러, 3.79달러, 3.60달러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서도 중국·대만을 제치고 2년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189억달러로, 중국(168억달러), 대만(156억달러)보다 많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가린 '착시현상'이다. 판매량은 확대될 수 있어도 영업이익 측면에선 과거만큼의 슈퍼호황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올해 27조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19조4000억원 추정)대비 39.7% 늘어난 수준이지만,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39.2%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선 2018년(20조8438억원)의 절반 이하인 9~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투자,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투자 등 당분간 비용 구조가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한 몫 한다. 또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어지며 어제의 고객이 오늘의 적이 될 가능성도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엔비디아가 삼성이 눈독들이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하면서 특정업체에 대한 라이선스 정책 변화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기도 했다. 


◆ 이익보다 기술확보가 관건…초격차로 기술패권 승부수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기술투자에 집중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미래 캐시카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키워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결국은 기술 경쟁력을 잡는 플레이어만이 세계 패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D램의 신규 캐파(생산능력) 투자에 대해선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진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투자를 늘리고 D램 투자는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되 일부 생산라인은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전체적인 반도체 투자규모는 작년보다 늘어나지만, 사실상 D램에 대해선 투자를 줄이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 들이고 있는 분야는 비메모리 시장인 시스템 반도체다. 올해 처음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연매출 20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작년 시스템반도체 매출을 전년대비 15% 가량 확대된 16조9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올해는 작년보다 25.4% 급증한 21조2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엔 28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파운드리가 핵심이다. 삼성은 혼자의 힘으론 '2030 파운드리 세계 1위' 목표 달성이 어려운 만큼 오랜 협력사들과 힘을 모아 공동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려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새해 첫 경영행보를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시작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평택 2라인(낸드플래시·파운드리)의 본격적인 가동과 함께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확장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와의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처음 경기도 이천 캠퍼스에 차세대 기술인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으로 고가의 장비라 그간 첨단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 반도체 제작에만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성능 D램 생산을 위해 칩 크기를 줄여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 기존 방식에 한계가 오면서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도 EUV 기술 도입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이후 양산할 4세대 10나노(1a) D램 생산에 EUV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양산작업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성능과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사업을 키워 메모리 두 축을 공고히 하고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여기엔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슈퍼 사이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개편을 통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이정배-최시영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 전진배치시켰다. 또 이와 보조를 맞출 각 사업부의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 3인을 모두 교체했다. 반도체 제품 마케팅 전반을 총괄하는 전략마케팅실장 보직은 개발실장과 함께 사업부 내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임원인사에서 인텐 낸드사업부 인수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박정호 부회장이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연구개발(R&D) 조직인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를 꾸렸다. 메모리 경쟁력 확대와 더불어 신기술 역량 선제 확보를 위한 조치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역사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8년 수준은 넘지 못하더라도 비메모리 반도체(삼성)와 인텔 인수(하이닉스) 통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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