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복잡해진 계열분리 셈법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한지붕 두 가족' 영풍그룹의 계열분리 셈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지배력은 장씨 일가가 월등히 높은데, 현금창출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들이 우월해 둘로 나누기가 쉽지 않다.
통상 계열분리를 준비하는 기업집단은 두 집안 사이 얽힌 지분을 없애기 위해 분주하다. 공동 소유 회사 중 굳이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지분은 과감히 처분, 자신이 맡을 계열사 지분만을 갖고 간다. 아울러 상대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매수해 단일 체제를 구축하고는 한다.
영풍그룹 역시 집안별로 계열사 경영을 나눠 맡아 왔다. 창업 초기부터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는 나머지 계열사 대부분을 거느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마땅치 않아서다.
현금창출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 2020년 9월까지 고려아연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5789억원이다. 고려아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만들어 왔다. 반면 다른 계열사들이 거둔 영업이익은 2020년 9월 누적 기준 ㈜영풍과 영풍전자가 각각 336억원, 439억원, 코리아써키트와 서린상사가 274억원, 12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같은 기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는 각각 237억원, 1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지분율은 장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계열분리 작업을 역행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 동안 계열분리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분 변동이 일어난 적은 없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두 집안이 지켜온 지분 비율을 깨고 장씨 일가의 지배력은 크게 확대된 것이다. 최근 몇년 간 장씨 일가의 입김이 세진 ㈜영풍이 대표적 예다. 양쪽 집안이 견제가 가능할 만큼 나눠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율이 2세→3세 승계 과정에서 장씨쪽으로 크게 치우쳤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역시 장씨 일가 중심의 지배력 확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최씨 일가는 가족을 총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내인 유중근 전 대학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한 최씨 일가는 장내 매수 방식으로 2020년 9월까지 총 고려아연 지분 0.06%를 추가로 확보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최씨 일가가 장씨쪽 지분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영풍이 장씨 일가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고려아연의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지분율은 48.4%다. 세부적으로는 ㈜영풍이 26.9%,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4.4%)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5.96%, 공동 회사인 영풍정밀이 1.56%씩을 갖고 있다. 나머지 10%대 지분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2~4세 수십명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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