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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겨눌 것이냐 등을 맞댈 것이냐
유범종 기자
2021.01.13 08:00:11
후판 가격협상 균형 깨져…철강·조선, '특수관계' 상생 위한 지혜 모아야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1일 10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용어가 있다. 축구경기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스페인 1부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FC바르셀로나가 다른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계속 이기자 농담 삼아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라고 말하던 것에서 점차 확산됐다. 지금은 공정한 경쟁이나 협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의 후판 가격협상을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절로 떠오른다. 매년 양 업계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후판 가격협상은 단 한번도 수월하게 넘어간 적이 없다. 이들은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며 각자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이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해 간의 협상만 놓고 보면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에게 주도권을 내준 모양새다. 단적으로 지난해만 봐도 철강사들은 줄기차게 가격 인상을 외쳤지만 실질적인 협상 결과는 오히려 인하로 결정됐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부터 철강사들은 후판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의 유례없는 급등을 근거 삼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조선사들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아직 협상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철강사들이 원하는 만큼의 인상이 수용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후판 가격협상 주도권이 어쩌다 조선사에게 넘어가게 됐을까? 발단은 철강사들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무리한 설비투자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듯 하다. 2000년대 들어 조선산업이 활황을 타자 국내 철강사들은 앞다퉈 후판 설비 증설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후판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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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 조선 경기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국내 철강사들이 신바람 나게 투자한 설비들 역시 고스란히 목을 죄는 공급과잉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범현대가(家)를 등에 업은 현대제철까지 후판사업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으면서 공급과잉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실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3사의 생산능력은 연간 총 1280만톤에 달하는 것에 비해 지난해 실질적인 국내 전체 후판 생산과 판매는 800만톤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500만톤 가까이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전세계 조선업계 수위를 다투던 양사가 통합되면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룡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통합이 예고된 양사가 국내에서 조선용 후판을 구매하는 비중은 국내 전체 조선용 후판 소비의 약 70~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막강한 구매 물량을 쥐고 흔들기 시작하면 철강사들의 가격 협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를 벗어나는 길은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철강업체의 설비 구조조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안정화된 공급구조를 와해시키고 자칫하면 한국 철강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국산과 일본산을 높은 가격으로 안방에 불러들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철강과 조선은 그동안 최대 소재 공급처와 수요처라는 특수한 관계로 묶여 상호의존이 불가피한 역학구도를 형성해왔다. 안정적인 소재 조달의 창구를 해왔던 국내 철강사들이 무너지면 당장 조선업계에 또 다른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모든 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눈 앞의 이익만을 보고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보단 이제는 등을 맞대고 오랜 기간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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