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디지털에 두배 투자···'빅테크 덤벼'
IT 인력 채용 업무도 DT추진단에 위임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은행 디지털 부문 예산을 두 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IT 인력 채용 업무도 상당 부분 디지털 부문에 위임하기로 했다. 올해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경쟁이 상수(常數)가 된 상황을 고려해, 디지털 부문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해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DT(Digital Transformation)추진단'의 예산을 두 배가량 증액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예산보다 두 배 증액을 전제로 유관 부서 간의 막판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DT추진단은 지난해 7월 우리은행에 신설된 신생 조직이다. 하위 부서로 디지털전략부와 빅데이터사업부, 인공지능(AI)사업부, 디지털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 등을 두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신기술 적용 분야 확대, 디지털 마케팅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황원철 집행부행장보가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황 부행장보는 지주 DT추진단장도 겸직하고 있다. 


이번 DT 추진단의 예산 증액은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의 산물이다. 손 회장은 예산 증액 등의 요청에 대해 "내규나 법률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빅테크 수준으로 해결책을 내라"고 지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경영 방향과 예산 등을 주관하는 지주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려 하달한 게 아니다"며 "DT추진단이 예산 증액 등을 먼저 요청했고, 경영진에서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DT추진단의 예산 집행 절차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지금까지 DT추진단이 케이스별로 심사와 승인을 받아 예산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전체 예산 안에서 DT추진단이 자유롭게 쓰고 사후 관리도 직접 하는 식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은 DT추진단의 예산 집행 속도가 향상되고, 예산 집행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애플리케이션인 '우리WON뱅킹' 그림. <출처=우리은행 홈페이지>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 1차 예비허가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네이버파이낸셜과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운영사), 보맵 등 전통 금융회사와 빅테크 계열사, 핀테크 등 21곳이 포함됐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금융회사와 일반기업, 관공서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자사 애플리케이션(플랫폼)에서 고객 한 명에게 꼭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도 지금처럼 여러 개의 앱을 사용할 필요성이 낮아진다. 전통 금융회사들이 플랫폼을 포함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더불어 우리금융은 인사 관련 권한도 DT추진단에 대폭 위임하기로 했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면서 골머리를 앓은 점 중 하나인 IT 인력 채용·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간 금융회사들은 유능한 IT 인력들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IT 인력들이 금융회사에 입사하면, '친정'인 IT 회사에서보다 승진이나 연봉 등에서 손해를 본다는 '선입견'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면도 없지 않았다. 금융회사는 여러 산업군 중 가장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IT 기업들은 여러 산업군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한은행이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고치면서까지 IT 전문 인력을 채용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뛰어난 IT 인력들을 채용하는 데 빅테크보다 경쟁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조직의 예산을 늘리고 자율성을 강화했다"며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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