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맡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직급 연연하기 보다 과오 청산 위해 스스로 경영능력 발휘해야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0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2018년 한진그룹은 다시 한 번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갑질논란'이 일면서다. 주인공은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다.


당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바로 '물컵 갑질' 논란이다. 대한항공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바닥으로 던질 때 물이 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원에게 물을 뿌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세간에 공개되며 총수일가의 갑질에 대한 그룹 안팎의 분노가 재차 폭발했다. 


총수일가의 각종 '갑질'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고, 이는 밀수·탈세·배임·횡령 의혹 등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로 번졌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향후 그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좌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현민 부사장이 몸담았던 진에어는 그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 논란으로 신규노선 허가 제한 등 각종 제재가 1년7개월 이어지며 경쟁력 약화와 그룹 차원의 실적악화도 초래했다.



그룹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그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14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를 놓고 내부적으로 반발이 심했지만,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나름의 은둔생활(?)로 세간의 이목을 피했다. 관심이 잠잠해지자 그는 그룹 내 입지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전무와 토파스여행정보의 신사업·사업전략 담당 부사장 자리를 꿰찼다. 경영일선에 복귀한지 14개월 만에 지주사는 물론,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겸하게 된 것이다.   


인과응보인 것일까. 그의 거침 없는 행보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의지와 상관 없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해 한진칼과 KDB산업은행간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지주사(한진칼)와 항공 관련 계열사(토파스여행정보)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조현민 부사장 입장에서는 ㈜한진(정석기업 제외)만이 자신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됐다. 텃밭을 가꿔야했다. 이번에도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한진 전무에 오른지 불과 4개월 만에 부사장(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 총괄)에 올라, 기존 류경표 대표이사 부사장(경영관리 총괄), 노삼석 대표이사 부사장(사업 총괄)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진의 주축으로 부상한 그는 곧바로 역량 확대에 나섰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미래성장전략실이 신설되고, 마케팅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그가 미래성장전략실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개발하고,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편과 전략 수립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한진은 그가 참여한 함안수박 공동마케팅, 원클릭 플랫폼 서비스, 선불 카드와 배송이 결합한 기프트 카드, 친환경 날개박스 공동구매 플랫폼, 친환경 택배전기차 개조사업, 랜선 월드 맛집투어 등의 신사업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한 차원이라며 그를 대신해 나름의 명분을 내세웠다.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꼭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수장을 맡았던 시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이를 증명한다.


앞서 그가 한진관광 대표이사(2016년 7월~2018년 4월)를 맡았던 시기 회사의 영업손실(2016년)은 63억원으로 전년(-4억원) 대비 오히려 약 15배 악화했고, 순손실 규모도 2억원에서 62억원으로 확대했다.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2017년 4월~2018년 4월)를 맡은 시기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칼호텔네트워크의 영업손실(2017년)은 253억원으로 전년(-26억원) 대비 10배 확대했고, 순손실 규모는 117억원에서 320억원으로 3배 악화했다.


조현민 부사장은 총수일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 총수일가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높은 곳만 바라볼 것인가. 무조건 수장을 맡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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