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키코 배상 끝내 거부
"이미 대법원서 문제 없다고 판단···피해사 중 과거 키코로 수억원 번 곳도"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7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키코(KIKO·통화옵션상품) 배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2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배상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키코 배상할 이유가 없고, 필요도 없고, 배상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코는 주로 수출 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입하는 통화옵션상품이다. 환율이 상품 가입시 설정한 구간에 있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지 않지만, 벗어날 경우엔 큰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키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10여년이 흐른 뒤인 2019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금감원 분조위)는 산은을 포함한 키코 판매 은행 6곳을 향해, 키코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 4곳에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들이 기업들에 키코를 판매하면서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시키지 않았고(설명의무 위반),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상품 가입을 과도하게 권유했다(적합성 원칙 위반)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배상 규모는 산은 28억원,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었다. 권고이기 때문에 수용 여부는 각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지만,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배상을 완료했고,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은 보상을 결정한 상태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산은은 지난 1년간 줄곧 피해 배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회장은 "키코 배상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며 "첫째는 금감원 분조위가 은행들이 키코를 불완전판매했다는 해석에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고, 둘째는 이미 대법원에서 키코를 불공정 계약 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기업 중엔 과거 키코로 오히려 수억원을 번 곳도 있을 만큼 키코를 잘 모르는 곳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은행과 기업이 키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기성 여부가 없다고 판결했다. 키코라는 상품 자체에 대해서도 기업에게만 불리하고 은행에게만 유리한 불공정성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금감원 분조위는 2019년 배상을 권고하면서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점을 제외하더라도, 판결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토대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 결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산은이 금감원 분조위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는 굉장히 부적절한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키코 피해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곳 중 하나인 일성하이스코는 키코 사태가 터지기 전에 키코를 통해 약 4년간 연평균 8억원의 이익을 봤다"며 "일성하이스코의 1년 당기순이익에서 키코로 벌어들인 이익 비중이 10%를 넘어설 정도인데, 어떻게 은행이 키코를 잘 모르는 기업에 불완전판매했다고 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러한 여러 정황을 보고 키코 배상이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더 이상 키코 배상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해야 할 때엔 과거 일에 계속 붙잡혀 있으면, 도대체 언제 새로운 일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감독원이 정리한 '키코 사태' 일지. <출처=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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