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
행방불명된 씨티은행
시중은행 中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신청 안해···빅테크·핀테크와 제휴할 듯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3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조용하다. 주요 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씨티은행은 당장 사업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이 최근 예비허가를 받아 본허가를 신청한 것과도 대비된다. 


씨티은행은 플랫폼 경쟁력이 뛰어난 빅테크·핀테크와 손잡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씨티은행의 영향력 감소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씨티은행의 국내 대출·예수금 시장 점유율은 현재(2019년) 1%대로 모두 내려 앉았을 정도다. 같은 시기 SC제일은행의 대출·예수금 시장 점유율은 각각 3.18%, 3.41%다. 모두 전년대비 상승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빅테크 혹은 핀테크와 손잡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림=한국씨티은행 홈페이지>


◆ 마이데이터로 '고객 접점' 변화···씨티銀 점유율 하락 가속화하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6곳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곳은 씨티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국민·신한·우리·SC제일은행은 다음주 열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본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본허가를 받은 은행들은 2월 중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 중단 조치를 받은 하나은행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플랫폼 사업'으로 인식된다. 고객들은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찾기 위해 오프라인 영업점포와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금융플랫폼(앱)에서 금융 관련한 대부분의 니즈(needs)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과 금융회사가 만나는 장소(접점) 또한 급속히 금융플랫폼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기존 금융회사들의 고객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그간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고객과의 접점이 상당 부분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4년 2.61%였던 대출금 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락해 2019년 1.63%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예수금 시장 점유율도 3.13%에서 1.95%로 떨어졌다. 2017년 대규모 영업점포 감축 이후 추진한 디지털 영업 전략도 효과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출처=한국씨티은행 사업보고서>


◆ '빅테크·핀테크 어깨 위에 올라서기' 전략, 효과적일까


씨티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 금융권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 기존 사업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도 "금융산업은 라이센스산업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 영역 확대를 고려하면 일단 라이센스를 받아놓는 게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앱을 통해 통합자산관리 서비스 등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국책은행(IBK기업은행)과 지방은행(DGB대구은행) 등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심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기존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향후 씨티은행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씨티은행은 일단 빅테크·핀테크와 손잡고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인력 채용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보단, 뛰어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와의 제휴를 통해 상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뱅크샐러드 등 시중은행들이 탐내는(?)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들도 본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또 다른 빅테크인 카카오페이는 현재 예비허가 심사 단계에 있지만, 업계서 가장 주목받는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당장 효율성 측면에선 효과적일지 몰라도 향후 씨티은행의 영향력을 더욱 더 축소시킬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은행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은행이 앞으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빅테크와 핀테크 플랫폼에 납품만 하는 제조공장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신년사에서 이 점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선 씨티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 기반을 확보한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WM어드바이저리 서비스(다양한 금융상품 자문 서비스)와 대출 등 씨티은행의 핵심 역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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