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신풍제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 처방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신풍제약 주주들 사이에서 피라맥스정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뛰어나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22일 의약품 통계데이터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피라맥스정 처방액은 총 6억1339만원을 기록했다. 피라맥스정은 2011년 8월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뒤 주로 동남아 등에서만 판매돼 왔다. 실제로 허가 이후 피라맥스정의 국내 처방액은 2019년까지 '0'원으로 집계됐다.
피라맥스정이 처방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피라맥스정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다.
피라맥스정은 지난해 2월 처음으로 21만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더니 5월 357만원, 6월 1217만원, 7월 4379만원, 8월 1억6498만원 등 가파른 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난해 12월(2만6568명)에는 처방액이 1억9222만원에 달했다.
피라맥스정 처방이 급증한 배경에는 충성심 높은 신풍제약 주주들이 있다. 실제로 신풍제약 주주 게시판에는 '피라맥스정 처방 받는법', '피라맥스 처방해주는 병원' 등의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개인 블로그, 카페 등에서는 '피라맥스 복용 후기'도 넘쳐난다. '코로나19 예방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알씩 복용했더니 감기도 안걸린다', '열이 많이 나서 하루 두 알씩 먹고 잤더니 다음날 완치됐다' 등의 근거없는 복용후기 내용이 대다수다.
유뷰브에서 공개된 복용 후기에서도 피라맥스정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소개된다. 피라맥스정을 복용했음에도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A씨는 '같이 확진된 사람은 인공호흡기를 해야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나는 피라맥스정을 복용해서 무사히 생활치료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학대 교수는 "경증 확진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와서 일정기간 격리되는데, 일부 확진자들이 피라맥스정을 몰래 들고가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더라"며 "대부분의 환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완치되는데 왜 안전·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복용하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라맥스정은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피라맥스정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중증 신장애·간장애 환자들에게 사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빈혈, 호산구증가증, 호중구감소 등 혈액학적인 이상반응도 흔하게 나타난 것으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 해당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치료제가 어디있느냐"라며 "빈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임의로 계속 복용하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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