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 뜨겁다. 이달 국내 발행시장에서만 무려 1조원 가까이 발행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ESG에 대한 사회 전반적 열기가 달아오르니 평소 관련 행보가 없던 기업들도 사회적·친환경 채권 발행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EGS 채권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를 진행한 뒤 발행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ESG 채권 발행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 물량 기준 ESG 채권 발행량은 5800억원으로 나타났다. 모든 발행사가 초과수요를 확보한 만큼 증액 가능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 회사채 발행량 중 16.6%가 ESG 채권으로 발행됐다. 지난 2019~2020년간 총 발행비중이 1.5%도 채 안됐지만 한 달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분명한 금리 메리트도 흥행 돌풍을 이끌었다. 이달 그린본드로 각각 600억원과 5000억원을 발행한 롯데지주(AA)와 현대제철(AA)은 각각 10년물에서 -29bp, 7년물에서 -23bp 수준으로 동일 만기 개별민평 수준보다 저렴하게 발행했다. 장기물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 유효했지만 ESG 채권에 대한 높은 수요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ESG 투자가 잇단 흥행을 기록하자 평소 친환경·사회책임 관련 행보를 걷지 않았음에도 ESG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평소 ESG와 무관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에 떠밀려 친환경이나 사회적 채권 발행을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며 "남들이 다 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만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소외당하는 게 아니냐는 상대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ESG가 주목을 많이 받다보니 대기업 뿐 중견 발행사들까지 ESG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도 ESG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친환경, 사회책임 요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ESG 경영 철학보다는 현상을 뒤쫓는 느낌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ESG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시장의 흐름이 휩쓸리지 않고 현 시점에서 ESG 채권 발행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SG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 당장 모든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실제로 ESG 채권의 효율성에 대한 사전적 점검과 재무구조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없이 ESG 채권을 발행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며 ESG 채권 발행에 대한 필요성이 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사후보고와 공시"라며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이 분위기에 휩쓸려 ESG 채권을 발행한다면 향후 공시 부문에서 오히려 기업에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발행 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