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경제가 대체 뭔가요
정책추진에 업계 볼멘소리...모호한 개념에 정책의도도 불분명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원재연 기자] 벤처업계에 '프로토콜 경제'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기업 운영에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고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이익의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일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플랫폼 경제'의 문제를 보완하고 개선하자는 개념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토콜 경제 사례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운전자에게 연봉의 15%를 지분으로 지급했다. 공간 대여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역시 집 주인에게 회사의 비의결주식을 나눠줬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까지, 모든 참여자들에 이익을 분배함으로써 상생을 추구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프로토콜 경제 전환의 방법으로 꼽히는 새로운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장부를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블록체인을 도입해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규칙(프로토콜)에 따라 공정한 이익 분배가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이해다. 


정부는 지난해 생겨난 이 새로운 경제 모델이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극복의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정책 방향에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포함하고 블록체인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 밝혔다. 중기부는 이달 배달의 민족을 프로토콜 경제의 첫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배달의 민족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대출펀드에 50억원을 출연하고, 가게 구입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선뜻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에 대한 중기부의 프로토콜 경제 모델 선정은 코로나로 수혜를 입은 기업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상생 기금을 조성하자는 정부의 '이익공유제' 추진의 일환이다. 참여자간 합의로 생긴 규칙에 따른 이익의 공정한 분배가 아닌 그냥 자발적 기부다. 앞서 말한 블록체인을 통한 장부의 투명한 공개, 공평한 이익의 분배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프로토콜 경제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이해 가능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왜 끼워 넣은 것인지도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개념 정도 밖에 없는 '프로토콜 경제', '공유 경제'를 외치며 대가 없이 코로나로 입은 수혜를 나눠주라는 강요에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불참 의지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해 보자면 블록체인 산업의 DAO(탈중앙화자치조직)라는 운영 방식에 대응해 볼 수 있다. DAO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운영자의 개입 없이도 개인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해당 기업의 방향을 제안하고, 투표 등으로 의사를 표시해 조직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운영 참여자들에게는 배제 없이 가상자산으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앞서 말한 블록체인의 투명한 장부, 그리고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네트워크가 가동하도록 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업(프로젝트)가 완전 자동화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굴러가도록 하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사용자가 채굴이라는 활동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보안을 지키고,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분배받는 최초의 DAO다. 


어떤 방식의 경제 모델을 실현하고자 하는지는 이해 가지만, 확실한 방법을 찾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익공유제'부터 먼저 도입해보겠다 하지만 원칙이 모호한 상태에서는 아직 임시 방편일 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프로토콜 경제 실현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과 육성을 선언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고 산업 진흥책은 미흡하다.  주식 배분과 같은 수익 분배의 모델도 국내에서는 관련 법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성장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를 시작으로 정식으로 금융회사로 등록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이와 연계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도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점차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협력을 통해 근거 없는 이익 분배 강요가 아닌 플랫폼 경제 이후의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만들어나가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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