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장' 공공정비사업... 건설업계 속내는 '제각각'
일감 확보 극대화냐 브랜드 가치위한 자제냐...전략별 계륵·황금알 거위 나뉠 듯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11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박지윤 기자] 최근 정부가 서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책을 두고 건설업계가 분주하다. 그 주인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사업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사업에 대한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뜨뜨미지근한 상황이다. 반면 시공을 담당할 건설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 규모에 따라 공공정비사업의 장점과 단점은 극명하게 나뉜다.


대형건설사 입장에서 서울이라는 미분양 위험이 거의 없는 우량 사업지에서 주택사업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십년 간 주택사업에 참여하면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면 수주로 이어지기 수월하다는 전망이다. 또 건설 경기에 따른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공정비사업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이 애써 쌓아올린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의 각 브랜드들이 고급화 이미지를 인정받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형건설사들이 강조하는 프리미엄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임대주택을 확대한 공공 정비사업에 적용할 경우 고급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요즘 주택시장은 아파트 브랜드가 곧 아파트 투자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고급화, 특별화 등 여타 단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원하는 서울 강남 등 최상급 정비사업장에서 공공정비사업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공사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 공든 탑을 무너트릴 수도 있는 셈이다. 공공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콤한 이익을 얻으려다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중견건설사들의 입장은 대형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들에게 공공정비사업이란 서울 주택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볼 수 있다. 대형사들도 서울 상급 정비사업지에 자리잡는데 수십년이 걸린만큼 중견사들은 더더욱 서울 진출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었다. 


중견사들이 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최상급 사업지에 나아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꼽는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상위에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중견사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다만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모두 조합이 선택하는 사업인 만큼 조합의 눈높이를 맞춰야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게다가 공공 정비사업 참여율도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와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각 조합들도 자체사업과 비교해 기대 이하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과 중견건설사들이 공공정비사업에서 택한 전략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민간 정비사업 물량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공공 정비사업의 유혹 앞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기대된다. 국내 주택시장은 정부 정책이나 유동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수 앞을 내다본 전략을 택한 건설사들만이 경쟁이 치열한 서울 정비시장에서 끝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정비사업이라는 재료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쓸지, 계륵으로 판단할지는 각 건설사들이 시장을 내다보는 분석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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