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IBK투자증권(A+)의 신용등급 전망이 한 단계 개선됐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IBK투자증권은 늘어난 자본을 기반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 자기자본 1조 클럽 입성…대신·유안타·교보證 반열 올라서

2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IBK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3사는 IBK투자증권의 유상증자 계획이 신용등급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후 한신평이 가장 먼저 등급전망(아웃룩)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3사가 같은 목소리를 냈던 만큼 조만간 다른 신평사에서도 등급전망 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BK투자증권의 아웃룩 개선은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자본규모를 기반으로 사업역량이 강화됐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주주배정 방식을 통해 2001억원의 신주를 발행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IBK투자증권의 자본규모는 7368억원이다.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확보한 금액과 4분기 발생한 순수익을 더하면 IBK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19번째로 '1조 클럽'에 발들일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선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대형', 그 이하는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한다. 중소형 중에서도 자기자본 1억원은 중형과 소형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IBK투자증권이 1조 클럽에 들어서며 중형 증권사로 분류될 경우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을 피어그룹(경쟁사)로 두며 업계 내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과거 대비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리스크 관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2016년 IBK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져(주식, 기업신용공여 대출채권, 우발부채 등의 총합)는 165.3%로 중소형 증권사의 평균치인 152.2%를 상회했다. 하지만 2017년 145.5%로 개선된 이후 2019년 9월에는 95.3%까지 하락하며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IB 강화하고, 중소기업 지원 키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IBK투자증권이 늘어난 자본을 바탕으로 IB(투자은행) 업무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8개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다. 전기차 테마주였던 이엔드디의 코스닥 이전 상장과 더불어 코넥스 시장에서 43개의 상장을 이어갔다. 덕분에 지난 3분기 IB 영업이익은 1023억원으로 전년 동기(678억원) 대비 400억원 가량 오르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라는 정체성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4대 경영과제 중 하나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자본력 확충 추진'을 내세웠다. 늘어난 자본은 고수익 사업과 더불어 중소기업지원 확보에 투자할 전망이다. 실제 IBK투자증권은 공시를 통해 조달자금 중 800억원을 뉴딜관련 중소기업 지분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아웃룩 조정은 단기간 내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암시하는 지표에 불과한 만큼 실질적인 신용등급 상승이 이뤄지려면 그에 걸맞은 성과가 입증돼야 할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구조화평가본부장은 "단순히 자본규모가 증가했다는 점보다 늘어난 자본을 활용해서 실제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창출 능력이 개선되는지가 신용등급 상승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유상증자 이후 오히려) 시장지위가 하락하거나 수익석이 저하될 경우 다시 아웃룩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