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반도체 소재기업 오션브릿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퀀텀이노베이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펀드의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협력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오션브릿지가 SK㈜그룹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오션브릿지 2대 주주-SK 은밀한 관계?
그동안 오션브릿지는 이경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작년 1분기 말 기준 주요 주주 지분율을 보면 ▲이경주(17.71%) ▲윤남철(9.06%) ▲이다솜(4.83%) ▲이예솝(4.58%) ▲고현애(0.52%) 등이다. 2대주주인 윤남철 씨를 제외하곤, 모두 이경주 전 대표와 특수관계에 해당된다.
변화 조짐이 생긴 건 작년 2분기부터다. 이경주 전 대표가 본인 소유 주식(160만주, 지분율 16%)을 팬아시아반도체소재 유한회사(이하 팬아시아반도체)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같은 시기 팬아시아반도체는 2대주주인 윤남철 씨의 지분도 사들이면서, 총 지분율 24.2%를 확보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2대주주였던 윤남철 씨의 지분 매각이다. 윤남철 씨는 전자제품 제조사인 '남성(NAMSUNG)'의 대표이기도 하다. 윤 대표가 이경주 전 대표와 동시에 지분 매각에 나선 까닭은 뭘까. 이를 알기 위해선 팬아시아반도체의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는 퀀텀이노베이션을 살펴봐야 한다.
팬아시아반도체는 오션브릿지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퀀텀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퀀텀이노베이션의 유한책임투자자(LP) 명단이다. 펀드 결성 당시 SK텔레콤(200억원, 66.6%), PNS네트웍스(50억원, 16.7%), 오션브릿지(50억원, 16.7%) 등 세 곳이 자금을 댔다. 다시 말해 SK텔레콤이 퀀텀이노베이션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고, 유의미한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돌아와서, 1961년생인 윤 대표는 시카고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출신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동문이다. 윤 대표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오션브릿지에 대한 팬아시아반도체의 경영권 지배가 불안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전 대표 외에도 가족들의 지분이 상당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퀀텀이노베이션이 오션브릿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윤 대표가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 하이닉스 직접 인수에 걸림돌 된 ㈜SK 지배구조
SK텔레콤이 퀀텀이노베이션을 통해 오션브릿지의 지분을 간접 확보하고 있는 까닭은 뭘까.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오션브릿지와 2014년부터 거래를 해오고 있는 상태다. 오션브릿지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납품 중이다. 오션브릿지의 최대 매출처도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로서는 오션브릿지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게 중장기적으로 소재를 안정적으로 납품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오션브릿지를 직접 인수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SK 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 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연결된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로 구분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SK하이닉스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수회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시 피인수사의 지분 100%를 사들여야만 한다. 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에 나설 경우,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승격되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비교적 수월해진다. 그동안 SK텔레콤은 펀드 운용사를 통해 오션브릿지의 경영권을 묶어두는 전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이후, SK하이닉스가 퀀텀이노베이션으로부터 오션브릿지를 인수할 가능성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을 제외한 퀀텀이노베이션의 출자자는 해당시점에서 자금회수(엑시트)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엑시트 시점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오션브릿지의 현 주가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션브릿지의 전날(8일) 종가 기준 주당 가격은 1만6400원으로, 지난해 인수 당시(2만2750원)와 비교하면 27.9% 가량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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