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올해 라면 가격이 인상될지 주목된다. 식료품 등을 비롯해 가정간편식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가운데, 국내 라면업체들의 고민도 한층 가중된 모양새다. 당장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인상요인이 역대급으로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곡물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3% 오른 113.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91.0를 기록한 뒤 8개월 연속 상승세다.

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115.9p)보다 7.2% 상승한 124.2p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대비 23.6% 상승한 수치다. 이는 밀과 옥수수, 쌀 가격 상승이 주도한 결과다. 옥수수 가격은 전월보다 11.2%,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2.3% 증가했다. 밀은 옥수수 가격 강세, 높은 국제 수요, 오는 3월(수출관세 2배) 이후 러시아산 판매량 감소 전망에 따라 가격이 6.8% 올랐다. 

쌀의 경우 태국과 베트남의 공급 부족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구매자의 견조한 수요가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식물성기름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5.9% 오른 138.8p였다. 이중 팜유는 폭우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저조해 가격이 8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라면업체들 입장에서는 라면에 들어가는 주요 원재료인 밀과 팜유 등의 국제 가격이 상승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라면 제품의 가격인상요인은 예전부터 충분히 산적해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각사 대표제품 기준으로 보면 농심은 지난 2016년 이후 신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있고 오뚜기는 2008년 이후 가격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도 2017년 삼양라면 등 12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5.4% 인상한 뒤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팔도의 경우 2018년 왕뚜껑과 비빔면 등 일부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6.2% 인상한 것이 마지막이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원재료 부담요인이 장기화할 수 있고 구매계약이 통상 연간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근거로 올 하반기에 라면 가격 인상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등도 연장선상에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만 하더라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공고해졌다"며 "경쟁사의 선제 변화 없이도 가격 인상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라면 업체들은 가격 인상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심 관계자만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아직까지 (신라면 등)라면 가격인상과 관련된 논의가 없었다"면서 "코로나19 등 전국민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만큼 가격인상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도 "원가 부담은 역대급 수준으로 크지만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원재료 업체가 직접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한 당장의 라면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확률은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적어도 올 하반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윤곽이 잡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특이한 사업환경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만 하더라도 B2B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 외식업체들인데 코로나19여파로 최악의 불황을 겪다보니 수요자체가 없어지다시피 했다"면서 "원가상승요인이 있지만 수요자체가 없거나 원매자들이 저렴해질 때를 노려 구매하는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현재 전반적인 가격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