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DGB금융그룹 2020년 경영 실적 자료에 따르면, DGB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9년과 비교해 300% 늘어난 35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까지 적자였던 DGB생명은 체질 개선을 통해 2019년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흑자 전환 후 1년 사이 3배 가깝게 순익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1년 사이 급격히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DGB생명 보증준비금 적립관련 회계정책 변경 효과가 반영됐다"며 "이를 제외한 경상이익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 DGB생명의 연간 순이익은 87억3600만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2020년 경상이익도 80억~9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회사의 설명대로라면 약 200억원의 이익은 '회계상 이익'인 셈이다.  

DGB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단계적인 책임준비금 적립방안에 따라 2020년 할인율 산정방식이 변경 적용됐다"며 "2019년 회계에도 이를 소급적용해 재평가하다보니 빚어진 회계상 효과"라고 설명했다. 

즉, 실질적인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준이 바뀌며 '차이'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제 2020년 DGB금융지주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재평가된 DGB생명의 손익현황은 책임준비금전입액 1177억원, 이로 인한 당기순손실은 112억원으로 나온다. 새 기준을 적용하자 당초 산출됐던 87억3600억원의 순이익(2019년)이 순손실로 뒤바뀐다.

일반적으로 실적은 1년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증가 또는 감소를 계산한다. 증감의 기준이 되는 2019년도 책임준비금에 2020년의 기준이 소급 재작성되며 빚어진 차액이 이익으로 환입된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종의 회계적 착시가 빚어진 것. 

금융당국은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대비해 보험부채를 단계적으로 시가평가하는 부채적정성평가(LAT)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종전 원가평가 방식에 따른 보험부채 적립액과 LAT 평가를 통해 나온 부채평가액을 비교해, 더 많으면 결손액(부족분)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LAT 추가 적립액은 당기비용으로 처리돼 보험사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부채평가액은 '할인율'에 따라 결정된다. 할인율이 떨어지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특히 이 할인율은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할인율 낙폭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인율 등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DGB생명 역시 '변화 중인' 당국의 기준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산출하고 있다.

한편 DGB생명은 2019년을 기점으로 기초체력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 소모가 높은 내부 설계사 지점을 통폐합하고 우량 전속설계사 중심으로 채널 규모를 축소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임직원 수도 약 15%가량 줄였다. 

또한 변액연금보험 등 신계약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DG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2019년 말 1987억원에서 지난해 2528억원 규모로 27.2% 늘었다. 초회보험료 역시 지난해 4분기 기준 46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146억원) 대비 317.8%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