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업계 'OC' 무용론 재부상
해외 현지 투자설명회 없이 대형 IPO 잇단 흥행 …외국 증권사 입지 축소될 수도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4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경진 기자] 최근 대형 기업공개(IPO)가 해외 현지 투자설명회(DR·딜 로드쇼) 없이 흥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DR을 진행하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영문 투자설명서(OC·Offering Circular)를 더이상 준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OC 및 DR 준비에 시간이나 비용을 쏟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그간의 논란이 재점화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OC 효용론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해당 업무를 전담해온 외국 증권사의 IPO 시장 내 입지 역시 좁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IPO 기업들 중 OC 작성과 해외 현지 투자설명회 없이 공모를 진행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코스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상장 시총 1조 7569억원)와 올해 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1조9245억원)가 대표적이다. 


이미 IPO를 진행한 카카오게임즈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OC 및 현지 투자설명회 없이도 공모 흥행까지 달성하기도 했다. 높은 기관 경쟁률을 기초로 각기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카카오게임즈의 기관 경쟁률은 1479대 1,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820대 1이었다. 



두 기업의 IPO 흥행은 후속딜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다음달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공모주 청약 일정에 돌입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OC를 준비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역시 상장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4조9725억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사실 대형 IPO가 OC 준비 없이 진행되는 것은 그동안 보기 드문 일이었다. 통상 공모 규모가 3000억원 이상되는 대형 IPO의 경우 공모 흥행을 위해서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한정된 자금 여력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져온 탓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집결지란 특성 때문에 대형 IPO기업들이 주관사를 통해 OC를 작성, 제출한 후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진행하길 선호한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경우 OC를 준비한 후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OC는 해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 등에 신고하는 영문 투자설명서다. 최근 분기 재무제표를 포함해 기업 특성을 자세히 영어로 서술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OC 제출을 의무적으로 요구하진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OC 제출이 의무사항이다. IPO 기업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OC를 제출한 시점으로 135일 안에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는 권리를 인정받는다. 단 투자자 모집 및 청약금 납입 절차도 135일 안에 마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대형 IPO들이 OC 없이 흥행까지 거두면서 그간 끊이지 않고 제기돼온 '무용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준비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그간 OC 제출 후 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업계 의견이 갈려왔던 탓이다. 


특히 OC 유효기간이 135일로 한정돼 있는 점은 IPO 공모 기업들에게 부담이 돼 왔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6개월의 공모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승인 일로부터 180여일안에 IPO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보다 OC 효력일이 짧아서 공모 시점을 자유롭게 선택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IPO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OC '135일룰'은 공모적기를 선택하는데 제약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OC 무용론이 확산될 경우 향후 IPO 시장에서 외국 증권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외국 증권사들이 대형 IPO에 주관사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OC 업무를 전담해온 영향이 컸는데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도 OC 작성을 할 순 있지만 해외 기관투자자 네트워크가 더 두터운 외국 증권사들이 현지 사정을 잘 알기에 준비 책임을 맡아왔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OC 작성한다 해도 대규모 현지 투자설명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며 "작년을 기점으로 화상이나 컨퍼런스콜과 같은 비대면 방식의 투자설명회가 진행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향후 OC 무용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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