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ESG 시장엔 칭찬이 필요하다
시장 안정화 위한 발행사·평가사 자발적 노력 인정 받아야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5일 10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시장이 성장할 때 가장 중요한 단계는 언제일까. 아마 수요와 공급이 생기고 시장의 기틀이 마련되는 걸음마 단계일 것이다. 보통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장은 제도권 밖에 있거나, 관련법이 있어도 미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시장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한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ESG 투자시장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부족한 점도 많다. 전문가들은 ESG 시장을 두고 상품 분류를 위한 텍소노미(분류체계)나 ESG 인증을 위한 평가기준이 제각각이라고 지적한다. 이름만 친환경이고 평범한 투자 상품과 차이가 없는 그린워싱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ESG 시장에선 다른 투자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꽤 인상 깊은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 바로 안정적인 투자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요즘 외부 평가기관들 사이에선 발행사의 ESG 등급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컨센서스가 공유되고 있다. 발행사가 ESG 채권을 발행하려면 외부 평가기관들로부터 ESG 등급을 평가받아야 한다. 이에 평가사들은 환경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 대부분 발행사에 긍정적인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가능한 긍정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는 게 역량이 부족한 발행사까지 프리패스 시켜준다는 뜻은 아니다. 평가기관은 전문성과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집단이다. 만약 ESG 역량이 전혀 없는 발행사일 경우 애초에 평가 수주를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투자기조가 제자리를 틀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조금 낮춰두고 있는 셈이다.


객관성을 얻기 위한 발행사의 자발적인 노력도 인상 깊다. 예를 들어 일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 평가는 A사에, ESG 등급평가를 위한 수주는 B사에 맡기는 식으로 내부적인 객관성 확보를 위해 평가기관을 이원화시키고 있다.


현행 ESG 채권 가이드라인 상 발행사에게 평가사를 분리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같은 평가사에서 인증평가를 진행할 경우 업무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도 있을 터다. 그럼에도 ESG 시장의 발행사들은 공신력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원화에 나섰다. 나아가 일부 발행사는 SRI 채권 최초로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으로부터 동시 인증을 받으며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 ESG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불투명한 규제는 오는 6월 환경부의 텍소노미 도입을 기점으로 체계화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ESG 시장에 필요한 것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스스로 애쓰고 노력하는 이들을 향한 칭찬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칭찬은 그저 '칭찬'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린 프리미엄 등 실질적인 메리트로 뻗어나갈 확률이 높다. 지금 시장에는 플레이어들의 사기를 북돋을 인센티브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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