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초기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벤처캐피탈 '하버 퍼시픽 캐피탈(Harbor pacific capital)'의 투자금 회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버 퍼시픽 캐피탈은 구본웅 대표가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MBA)를 마친 후 2009년 설립을 주도한 벤처캐피탈로 2010년 투자펀드인 'Harbor Pacific Capital Partners I, LP(약정총액 3800만달러, 한화 약 420억원)'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벤처투자 활동에 나섰다. 해당 펀드에는 홍콩 최대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 전 청쿵그룹(CK허치슨홀딩스) 회장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했다. 

하버 퍼시픽 캐피탈은 2011년 운용 펀드로 쿠팡에 약 400만달러(44억원)를 투자했다. 2011년은 쿠팡이 설립 2년 차를 맞은 시기로 시리즈B 투자 유치 라운드를 진행했다. 시리즈B 라운드에는 미국 매버릭캐피탈(Maverick Capital)과 알토스벤처스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해당 라운드에서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1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버 퍼시픽 캐피탈은 2018년 말 이미 보유 지분의 약 30%가량을 매각해 투자 원금의 7배에 달하는 2800만달러(308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2018년 말은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기업가치 10조원을 평가받고 2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던 시기다. 기업가치 10조원을 기준으로 현재 하버 퍼시픽 캐피탈이 보유한 쿠팡의 잔여 지분의 가치는 약 6600만달러(728억원) 수준이다. 

국내·외 투자 업계에서는 쿠팡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약 30조원에서 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쿠팡이 실제로 뉴욕 증시에서 5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형성할 경우 하버 퍼시픽 캐피탈이 회수 가능한 자금 규모는 총 4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에 대한 엑시트만으로 펀드 약정총액의 10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한 쿠팡 전직 임원은 "쿠팡 설립 초기에는 김범석 의장이 개인적인 친분 등 활용해 미국에서 투자금을 모으러 다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버 퍼시픽 캐피탈도 김 의장과의 교류를 통해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에 대한 하버 퍼시픽 캐피탈의 투자는 구 대표가 주도했다. 구 대표는 당시 김 의장과 만나 새로운 전자상거래(E-Commerce) 서비스가 기존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대기업들의 독식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당시 대세를 이루던 그루폰과 리빙소셜(living social)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보다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더욱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김 의장이 가진 비전을 통해 기존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공감대를 표했었다"고 설명했다. 

하버 퍼시픽 캐피탈은 쿠팡 외에도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기업가치 500억달러(55조원) 달성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Inc.)'에도 투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주목을 받은 화상회의솔루션 기업 '줌(Zoom)'도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