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아직도 베타버전
규제 없는 해외 PE와 경쟁할 규제 환경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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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2004년 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이하 PEF) 제도가 도입됐다.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시장은 꽤나 뒤쳐져있었다. M&A 자체가 드물었다. 거래의 유형도 한정적이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금융회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 특정 영역의 금융회사를 사들이는 경우가 다수였다. PEF 제도 도입 전 중소기업 전용 구조조정펀드도 있었으나, 규모는 작았다.


당시 시장엔 경영권을 사고 팔거나 경영에 개입해 시장에 활기를 줄 메기가 필요했다. 또 해외 PEF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응해야 했다. 그래서 PEF 제도를 만들 당시 몇 가지 규제를 뒀다. PEF는 최소 의결권이 있는 지분 10%를 보유해야만 한다. 또한 취득 주식은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한 펀드의 투자자 수는 49인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차입은 PEF 재산의 10% 이내까지만 가능하다. 대출 성격의 투자도 불가하다. 이 같은 규제는 해외 PEF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규제 악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5년 정부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일부 규제에 변화를 주었다. 일반사모펀드·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PEF·기업재무안정 PEF 등 네 가지 유형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단순화했다. 투자자 요건과 운용사 진입규제, 그리고 설립규제와 판매규제도 소폭 완화했다. 그러나 PEF 활동의 핵심인 투자규제에 대해선 완화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4년 말에 만들어진 큰 틀 안에서 PEF는 무려 17년째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베타버전 PEF는 꽤나 잘 성장했다. PEF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대기업의 비핵심 계열사와 개인 오너가 보유한 기업을 인수했고, 기업을 성장시킨 뒤 매각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성장 기업과 위기에 봉착한 기업에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PEF 약정액은 연평균 22.9%씩 성장했고, 등록 PEF는 연평균 31.9%씩 늘었다. 2019년 말 기준 721개 등록 사모펀드 운용사(PE)가 활동하는 시장의 규모는 84조3000억원에 달한다.


몸집이 커진 만큼 투자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이들 PEF는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의 주요 지분에 투자하고, 급성장한 수천억원 가치의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의 지분을 사거나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의 조력자 역할도 수행했다.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던 대기업도 PEF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상황에 맞춰 PE도 새로운 투자 전략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2004년 PEF 육성을 위해 만들어졌던 틀은 PEF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 해외 PEF의 대항마로 키워진 우리나라 PEF는 여전히 마구간 안에 있는 셈이다. 그 사이 규제가 없는 해외 투자자는 우리나라 유니콘 스타트업 다수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자금력이 뛰어난 해외 PEF는 다수의 M&A와 소수 지분 투자에 참여하며 한국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제 베타버전을 삭제할 때다. 육성을 목적으로 한 우리나라 PEF에 대한 역차별 규제는 그 역할을 다했다. 국내 PE의 옥석 가리기는 어느 정도 끝났다. 조달-투자-회수 사이클도 한 바퀴 넘게 돌았다. PEF의 주요 출자자(LP)인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그리고 일부 일반기업 등도 대체투자에 대한 기준을 확립했다. 이제 전문가들의 리그를 전문가들의 리그답게 만들어야 한다.


PEF 업계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28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안은 지금의 PEF를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로 분류한 뒤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종코로나감염증 사태가 완화된 뒤 자본시장은 바삐 돌아갈 것임은 자명하다. 그리고 막대한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미집행 약정액)를 쌓아 둔 PEF는 이 과정에서 더 좋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우리나라 PE가 오랜 베타버전 규제로 그 기회를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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