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미쿡' 기업일까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쿠팡은 미국 기업이다. 그러니까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관련 질문에 대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놓은 답변은 대략 이런 뉘앙스를 풍겼다. 미국 기업이 미국에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데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단은 내셔널리즘 관점에서 비롯된 "돈은 우리한테서 벌어먹고, 좋은 일은 남의 나라가서 하느냐"는 차가운 시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찮다. 쿠팡이 한국 기업인지, 미국이나 일본 기업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권 장관의 발언 직후 대다수의 매체가 '쿠팡은 미국 기업'을 헤드라인으로 다룬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인에게 쿠팡이라는 기업이 주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비대면 쇼핑 채널의 대명사가 쿠팡이 된지는 오래다. 온라인에서 구매했다는 표현을 쿠팡에서 샀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쿠팡의 주요 주주가 일본 기업이라거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국부 유출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는 듯 하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건데, 상장을 어디서 하는지가 무슨 상관이냐"는 여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쿠팡의 상장은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보다는 신규 자금조달에 방점이 찍혀 있다. NYSE 상장사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전 세계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본조달은 물론 부채조달도 유리한 조건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조달한 자금은 쿠팡의 서비스 고도화에 투입된다고 한다. 쿠팡의 영업활동이 사실상 한국에서만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도화의 수혜는 한국 내 거주자들(국민 뿐만이 아니다!)이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역학관계를 감안한다면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어느 나라의 기업인지보다는 어느 나라의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기업인지를 따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듯 하다. 혜택이라 함은 단순한 서비스와 재화의 제공만이 아닌 고용과 납세, 사회적 책임의 이행 등을 포괄하는 개념에 가깝다. 


현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쿠팡을 미국 기업으로 간주한 것은 단지 대주주 김범석 의장의 국적과 (실질은 특수목적법인에 불과한) 모회사의 국적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 유니콘의 상장이라는 이벤트를 미국에 빼앗겼다는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확실한 것은 쿠팡은 한국 내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 내 거주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정상적으로 성장해 나간다면 납세 실적도 생기게 된다. 그런 쿠팡에게 미국 기업이니, 일본 기업이니 꼬리표를 붙여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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