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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의 나이
이현중 기자
2021.02.24 08:00:4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현중 기자] 어느 통신사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문고를 사실로 증명하는 일들이 세간의 시선을 끌기도 하지만 현실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100세 철학자가 인생의 진리를 설파하고,  나이든 청년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도전정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다.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이 말과 삶을 들여다보며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 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나의 능력(정신적. 육체적)과는 관계 없다며 부르짖고 싶은  한낱 숫자인 나이가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판단하는 객관적 잣대로 내 삶을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몇몇 분야는 철저하게 숫자에 근거해 차별과 배제가 일어난다. 인사철이 되면 검찰은 사법시험 몇 기가 주요 보직에 오르면 이전 기수는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조직을 떠난다. 군대나 언론, 학계 등도 여전히 이런 문서화되지 않은 관행이라는 이름의 규율이 작동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에 근거한 조직의 인사에 흔쾌하게 용퇴를 결정하는 일은 범부의 깜냥 밖이다. 나라는 존재는 숫자가 아니라 항변도 하고 싶지만 조직은 누구나 먹는 나이는 공평하다는 주장을 들이대며 '있을 자'와 '떠날 자'를 가르는 잣대로 손쉽게 숫자를 내세운다. 


금융지주의 수장 자리는 이런 저런 구설의 단골 메뉴가 됐다.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재임시절 이사회를 친정체제로 만들어 장기집권 해온 행태에 감독당국이 태클을 걸기도 했고, 사내 파벌의 권력투쟁은 후진적인 거버넌스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회장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의 기준으로 시비를 걸 수 없는 나이를 들이댄 것도 장기집권을 막고 세대교체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리라. 하나금융지주는 2011년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회장의 최고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회장 첫 선임연령을 만 67세 미만으로 하고 연임인 경우에는 만 70세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3연임을 확정지어 제왕의 힘을 2023년까지 연장했다. 1955년생 윤회장은 3번째 임기가 끝나는 해 만 68세로 한번 더 연임을 한다면 재임중 70세를 넘어 제한에 걸린다.  윤회장보다 두살 어린 1957년생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라임펀드 부실 책임 등의 파고를 넘어서며 지난해 일찌감치 연임에 성공, 2023년까지 신한호를 이끌며 한번 더 연임도 가능하다. 금융지주 3대 천왕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1952년생)은 내년에 70세로 1년밖에 못하지만 4연임의 문턱을 거의 넘어서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70세 제한은 나이를 근거로 한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조직에 기여할 기회를 충분히 가진 분들이 노욕(?)을 부리지 말고 재임 중 경영승계 과정을 투명하게 하라는 요구를 반영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70세가 회장 재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합리적인지를 떠나 이 제한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이제는 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 정도는 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다. 금융업의 불확실성이 커 혁신보다는 안정적 경영기조의 유지가 필요해 연륜을 가진 노장의 가치가 과거보다 더 크다는 얘기도 들린다. 인간은 권력의 유혹 앞에서 취약하다. 그래서 남용을 막기 위해 제도가 있고 규범은 강제력을 가진다. 그렇지만 인간은 또 선의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고 용퇴하는 리더에게 우리 사회는 아낌 없는 박수를 친다. 규정으로 못박은 나이가 능력을 앞서는 관행은 여전히 우리가 선진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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