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셈할 때는 지났다
보험사, 갈길 먼 '디지털 전환'…소극적 대응에 성과는 미지수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0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수아 기자]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홍보거나 업무 제휴를 통해 디지털 전략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마치 마법의 키워드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그러나 '디지털'이 그저 '활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미 6년 전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0%를 넘어섰다. 몇 년 사이 지속된 저금리로 운용수익률이 1~2%를 맴돌고, 보험사의 이차역마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보험 시장의 성장 둔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대면 채널의 매출 의존도가 80~90%였던 보험사들은 새로운 모험을 주저했다. 도리어 과도한 수수료 경쟁에 열을 올렸고 부실 계약과 불완전판매, 소비자와 잦은 충돌은 시장의 신뢰만 갉아먹는 꼴이 됐다.


빅테크, 인슈어테크, 핀테크 기업의 도전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금융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이들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를 등에 업고 시장의 유의미한 플레이어로 성장한지 오래다. 플랫폼 경쟁력을 장악한 빅테크 업체들은 '수천만 명의 사용자'란 무기를 앞세워 협상력에서도 결코 보험사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제야 앞다퉈 홍보하는 보험사의 디지털 서비스는 특별할 것이 없다. 상품개발·가입·심사·체결·유지·청구·지급에 이르는 보험 벨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디지털 기술력을 접목하고 있으나 혁신적이라 치켜세우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핀테크 사와 기존 금융권의 사활건 승부가 시작됐지만 유독 보험사들은 조용하다. 이 침묵은 보험사의 디지털 경쟁력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Kenneth J. Arrow) 전 스탠포드 대학교수는 확실한 지위를 보유한 기업이 신생 기업보다 '혁신적인' 신기술 도입하는 주저하는 이유를 '기회비용'에서 찾았다.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도입을 망설이게 된다는 것. 지루한 확신 과정의 필요한 만큼 신기술의 도입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변화는 빠르고 예측이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험업의 성장 방정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외면하고, 혁신을 주저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보험사여, 이미 '기회비용'을 셈할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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