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준형 신탁의 그늘, NCR 대폭 하락
책준형 리스크 NCR에 반영…하나신탁 379%p↓, KB신탁 473%p↓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지난해 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을 앞세운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상승한 반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법 개정으로 NCR 산정방식이 바뀌면서 책준형 신탁수주의 위험도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책준형 수주를 공격적으로 할수록 NCR이 감소하는 딜레마 탓에 이들 신탁사의 외형확장에도 결국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B·하나·아시아·우리…금융지주계열 실적↑


지난해 신탁업계에선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신한금융지주), 우리자산신탁 등은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영업수익(매출) 기준 하나자산신탁은 2019년에 이어 3위(1509억원)를 지키며 금융지주계열 신탁사 중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2019년 5위였던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4위(1388억원)로 도약했다. 2019년 9위였던 아시아신탁은 작년 6위(1028억원)로 올라섰다. 이들 신탁사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 ▲하나자산신탁 22.9% 증가 ▲KB부동산신탁 10.1% 증가 ▲아시아신탁 60.6% 증가 ▲우리자산신탁 15.6% 증가했다.




이들의 호실적 배경에는 책준형 신탁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책준형 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가 이를 대신 부담하는 신탁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도급순위나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가 참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준공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탁사로부터 책임준공확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책준형 수주는 상대적으로 자금사정과 신용도가 우수한 은행 계열의 신탁사가 독식하고 있다.


책준형 수주액은 2016년 처음 도입한 이래 2017년 937억원에서 2018년 1771억원, 2019년 239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와 동시에 업계 중상위권에 포진한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들이 차입형 개발신탁이 주력인 한국자산신탁(1위)과 한국토지신탁(2위)과의 실적 격차를 좁힐수록 이른바 책준형 대세론도 굳어졌다.


◆높아진 책준형 리스크, 수주 확대에 제동


다만 이같은 책준형 신탁의 확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NCR 산정방식을 개정해 책준형 사업의 잠재적 지급위험 등을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CR은 통상 증권사, 신탁사 등 금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살펴볼 때 사용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변경한 NCR 산정방식은 신탁계정대 성격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해 차감하는 금액을 달리한다. 


또 책준형의 잠재적 지급위험에 따른 위험액을 산정해 NCR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사의 부도 등으로 공사를 중단하면 신탁사가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이 같은 위험을 NCR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 기준 주요 금융지주계열 신탁사의 NCR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9년 1328%에서 지난해 949%(379%p↓)로, KB부동산신탁은 2019년 1360%에서 지난해 887%(473%p↓)로 떨어졌다. 


비 금융지주계열로 책준형 수주 비중이 적은 대한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의 NCR이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신탁사들이 최근 고위험군 사업인 차입형 개발신탁 비중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은행 계열의 신탁사들은 내부적으로도 NCR 관리가 까다로운 편"이라며 "책준형 수주가 늘어날수록 NCR이 감소하는 딜레마 때문에 무작정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준형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이들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이 양분했던 이 시장은 우리자산신탁, 아시아신탁, 교보자산신탁 등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가세했다. 


작년부터는 새로 출범한 신생 신탁사 중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대신자산신탁이 모회사의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책준형 수주 영업을 시작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 등 책준형 사업 수요는 한정적인 반면, 선수들은 많아지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수수료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과 아시아신탁, 코리아신탁이 최근 책준형 수주에 뛰어들면서 보수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한때 2%를 넘었지만 지금은 1% 초반대까지 하락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발채무 위험 등 신탁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까지 고려하면 책준형에만 매달리는 것이 마냥 희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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