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와 포스코, 주사위는 던져졌다
철강 탄소중립 꿈 실현 위한 3가지 충족 조건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우리는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청동기시대의 종막을 고한 이후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철은 생산과 가공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며 산업 전반에서 어떤 소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원으로 뿌리내리며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철이 근래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지구온난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들이 빈번해지면서 환경 유해물질 배출의 주범으로 철강이 지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산업의 쌀로 당당히 위명(威名)을 떨치던 철강은 이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전세계적인 환경규제의 굴레 속에서 철강기업들이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향후 사업의 영위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철강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급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이 있어서였을까. 최근 국내 철강 선도기업인 포스코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떡 하니 선언해버렸다. 철을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는 현재의 기술만 놓고 보면 사실상 꿈 같은 이야기다.


포스코의 꿈이 현실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먼저 기존 제철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혁신적인 공법 개발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현재의 제철공법에서 사용되는 석탄 대신 환원제로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물이 발생하게 하는 미래 친환경 제철공법이다. 기술만 개발된다면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수소환원제철소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공법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들이 적극적인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기술적인 난관과 경제성 확보 곤란 등의 이유로 향후 상용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포스코가 높은 장벽을 깨고 철강 공정기술의 혁신을 이뤄낸다면 단순히 오염 물질 배출 저감이 아닌 세계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울러 수소환원제철공법이 활용되려면 수소 생산과 운반 등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동행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스코 혼자가 아닌 관련기업들과 정부의 지원,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초 철강분야 탄소중립 논의를 위해 출범한 '산‧학‧연‧관' 협의체인 그린철강위원회 역할과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수소환원제철소로의 전환에 따른 설비 출구전략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현재 석탄을 재료로 한 탄소환원제철공법 체제에 맞춰진 제철소 고로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선제적인 고민과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혹여 나중에 현재 설비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포스코가 던진 주사위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마이클 포터는 일찍이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이라는 난제에 맞서 포스코가 해답을 찾고 꾸준한 준비와 성공적인 혁신을 가져간다면 국내 철강산업도 오명을 벗고 영광을 되찾을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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