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새 먹거리 도시정비사업, 변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확대시 입지 축소 우려…"조합 참여 미미할 것"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1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최근 차입형 토지신탁에 주력했던 신탁사들이 도시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정책 향방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산하 공기업이 공공시행자로 나서는 도시정비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신탁사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준형에 밀린 차입형…지난해 실적 하락세


지난해 차입형 토지신탁(차입형) 주력 신탁사와 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주력 신탁사의 실적방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책준형에 몰두한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아시아신탁 등의 영업수익(매출)은 증가한 반면, 한국자산신탁을 제외한 차입형 위주의 대부분 신탁사(한국토지신탁, 코람코신탁, 대한토지신탁) 매출은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차입형의 입지 축소다. 차입형은 신탁사가 실질적인 사업주체로 자금조달 업무를 직접 맡는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3~4%)를 챙길 수 있지만 그만큼 신탁사의 부담 위험이 크다. 차입형 위주의 신탁사들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 사업장 미분양 등의 부침을 겪기도 했다. 최근 신탁사들은 자체적으로 차입형을 축소하고 있다. 



주로 금융회사로 구성한 대주단이 차입형보다 책준형 신탁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입지 약화에 한몫했다. 차입형보다 수수료율이 낮은 책준형 신탁이 대주단의 수익을 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준형 수주는 자금력이 탄탄한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도시정비사업에 쏠린 눈…노후화로 물량 풍부


이같은 시장 변화는 최근 차입형에 주력한 신탁사들이 전략을 선회하는 데 영향을 줬다. 이들이 점찍은 새 먹거리는 도시정비사업이다.


도시정비사업은 노후도가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들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점차 커지고 매년 수주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토지소유자(조합원)가 일부 분양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 미분양 위험이 적다. 분양 매출 중 일부(2.5~5%)를 수수료로 챙겨 수익성도 양호하다는 해석이다.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차입형으로 성장한 신탁사들은 모두 도시정비사업 강화에 나섰다. 대한토지신탁은 2019년말 조직개편으로 도시정비본부를 기존 4개팀에서 6개팀으로 확대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작년 도시정비사업에서 421억원의 수주고를 올린데 이어 올해초 최윤성 대표가 직접 이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단 포부를 밝혔다.


중위권 신탁사의 공세도 만만찮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분야 수주 1위(13개 프로젝트, 550억원)를 달성했다. 올초에는 기존 도시재생그룹을 '도시재생부문'으로 승격하고 2본부 4개팀을 3본부 9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정부 주도 정비사업…조합 유인책 부족해 동참 의지 '불투명'


신탁사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변수도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공공주도 3080+'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을 밝힌 것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시행자가 주민 동의를 거쳐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는 제도다. 공공시행자가 나서기 때문에 저금리 이자로 자금 융통이 가능하고 용적률 상향 등의 유인책도 제공한다. 소요 기간이 종전 13년에서 5년 이내로 단축된단 장점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선 사실상 신탁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간주도 방식에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가 돼 정비사업비 대출 및 사업관리를 전적으로 진행하지만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신탁사의 역할을 LH와 SH가 도맡기 때문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아직 컨설팅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면서 "공공방식으로 돌아서는 조합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신탁사의 먹거리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어 타격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이후 부동산을 매입한 토지주들에게 우선분양권을 주지 않고 감정가 기준 현금청산만 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통상 정비사업으로 분양권 및 추가 현금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상 사업 참여도는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신탁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주도 방식에서는 기간 단축 등 장점이 있지만 현금청산 등 실질적 매력이 떨어진다"며 "조합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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